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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3. 2017

글은 삶이다

[서평]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 최고수 반열에 올라있는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책이다. 첫 글부터 아주 강렬하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저자는 독일 유학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낸다. TV를 보던 중, 한 사람이 정치인의 피어싱을 두고 "저럴 돈이 있으면 아프리카에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해야 한다"라면서 해당 정치인을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어서 다른 사람의 반론이 이어졌고, 토론 끝에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이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취향은 논증의 대상이 아니다. 호불호를 표현하면 끝날 일을 가지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충고다.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된 저자의 내공을 드러내는 한마디다.

저자는 텍스트 발췌 요약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서 글쓰기 근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시작점으로 좋은 것이 발췌와 요약이다.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으므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왕 독서를 한다면 발췌, 요약 연습도 하면 좋지 않을까.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쓴다면,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고, 고마운 피드백으로 활용하라.

글쓰기와 독서는 한 쌍이다. 그래서 유시민 작가 역시 독서를 강조한다. 글쓰기 철칙 그 첫번째로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를 드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좋은 우리말을 익히기 위해,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라고 하는 저자는, 좋은 문장으로 된 교양서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추천한다. 그 다음에 저자는 지식과 함께 어휘와 문장을 익힐 수 있다는 '전략적 도서목록'을 제시한다. 앞의 두 책을 포함해서 총 32권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8권밖에 읽지 못했다.

다음 장에서 저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을 뒤집어서,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라고 말한다. 못난 글은 대개 비슷한 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알고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자어, 일본어와 서양말의 지나친 오염을 피하고, 단문으로 쓰는 것이 좋다. '거시기 화법'도 문제인데,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대표적인 거시기말은 '부분'이다. 저자가 사례로 들고 있는 상품평은 사실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인데, '곳', '틈', '이것' 등 다양한 표현을 '부분'이라는 모호한 말로 대체하고 있다. 나부터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짜투리 시간이라도 활용해서 늘 연습을 하라.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해도 좋고, 영화 감상을 적어도 좋다. 단문으로, 쉬운 말을 쓰고, 어려운 말을 쓰고 싶어하는 허영심을 경계하라. 그리고 진실하게 살아라. 글에는 결국 삶이 녹아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260쪽)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표지 (저작권자 생각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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