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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23. 2019

연극 <Chasing Gods> 관람 후기

[사과나무] 소도시에서 공연 관람

로렌스에서의 시간도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캔자스 대학 극단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연극 <Chasing Gods>. 학생 특별가 10불이라고 해서 개막 공연을 봤습니다. 체감온도 43도의 불볕 더위를 뚫고 다녀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녁 7시 반 공연이라 7시에 걸어가는데 찜요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인간들은 못 견디겠는 이 날씨가 요녀석에게는 좋아 죽겠죠


등장인물은 총 6명.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들의 옛 여자친구입니다.

어머니는 지역 교회의 목사입니다. 시작하면, 가족 모두가 교회에 가려고 준비합니다. 그런데 딸부터 시작해서 가고 싶지 않은 눈치입니다. 결국 아버지, 즉 목사의 남편은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방송국에서 집으로 전화가 옵니다. (요즘 세상에 웬 집 전화냐는 대사가 여러 번 나옵니다. 작가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방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겠죠. 전화는 나름 중요한 장치입니다.)


다음 장면에서 목사인 어머니는 열변을 토합니다. 다들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달려들었지만 나는 멀쩡하다. 난 내가 한 말을 후회하지 않는다. 난 신의 뜻을 따를 것이다. 신은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밝혀지지만, 어머니는 설교로 물의를 일으켜 1년 동안 목회를 하지 못했습니다. 1년만의 설교에서 과연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할 것인가. 그것이 방송국들에게 첨예의 관심사였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옳다고 강변합니다.


2016년 여름, 성수자들을 상대로 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실화입니다.) 일부 교회 목사들은 신이 천벌을 내렸다, 총질을 한 사람은 영웅이다, 이런 내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연극의 주인공인 어머니가 바로 그런 목사 중 하나였던 것이죠.


가족들은 믿음을 강요하는 어머니 때문에 지쳐갑니다.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하지만 믿음을 강요하는 것에는 저항하는 남편, 그래도 어머니를 잘 따르는 아들,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 대학교로 도망치려는 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가족들이라도 어머니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죠. 2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는 그 누구에서라도 좋은 점만을 보는 신통한 재주가 있었는데, 가족들도 그걸 어머니에게 해줘야 한다고 말이죠.



이 할아버지 역을 한 배우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아버지 역을 연기한 배우도 분명 관록이 느껴지는 연기를 했습니다만, 가장 대사를 많이 더듬었습니다. 한두 번이면 넘어갈 텐데, 이건 뭐 더 이상 셀 수가 없을 정도로 틀려버리네요. 직업배우 외에도 학생들이 일부 참여한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연기는 모두 손색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몇 번 대사를 다시 말해서 그렇지 전반적인 연기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는 임팩트가 너무 약합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특히 아들 일라이저는 정말 공감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의 전개가 너무 밋밋합니다. 극적인 사건으로 전반부를 끝내 놓고, 후반부에서는 그것을 추스리지 못합니다. 끝날 시간이 다 돼가는 데 이거 스토리가 수습이 안 되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열린 결말도 아니고, 아주 예측 가능한 뻔한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개운하지도 않습니다. 식상하면서도 깔끔하게 맺지도 못하는 결말이랄까요. 요즘 이런 식으로 결말을 짓는 서사는 네이버 만화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장치와 조명은 괜찮았습니다. 다만 인터미션이 끝난 다음에도 그 무대를 조금도 바꾸지 않고 그냥 써먹는 것은 좀 성의없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로렌스에서 문화 생활을 조금이라도 했다는 점, 겨우 10불이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일반 관객은 25불이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2020~21년 시즌에 브로드웨이에 올릴 계획이라는데, 글쎄요. 브로드웨이에 극장은 많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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