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도시가 깨끗한 편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뉴욕, 애틀랜타, 엘에이 같은 대도시와는 조금 다르군요. 지하철 승강장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고, 지하철도 새 열차의 경우에는 놀랄 정도로 깨끗합니다.
거리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녹지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보행로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건데, 이걸 호사로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좋은 일에 커피가 빠질 수는 없는 법. 구글과 트립어드바이저의 평점을 참고해서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를 순위로 정리했습니다.
1위. 지크의 커피집 (Zeke’s Coffee)
유명한 해산물 식당, Old Ebbitt’s Grill에서 호텔로 돌아가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Old Ebbitt’s Grill은 맛있어서 두 번 갔는데요, 처음 방문 당시 돌아가던 길에 커피샵이 있어 급히 구글 검색을 해보니 평점이 무려 4.8!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5시 58분이더군요.
그래서 Old Ebbitt’s Grill에 두번 째로 갔을 때, 이른 저녁을 먹고 Zeke’s Coffee로 갔습니다. 가게 안에서 커피를 즐긴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손님은 많았습니다. 산미와 쓴 맛이 절묘하게 균형이 잡혀 있고, 바디감이 우유에 묻히지 않아 라테임에도 깊은 맛을 냅니다. 우유 맛에 눌리지 않는 라테가 대개 쓴맛에 기대서 그러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특히 뒷맛이 깔끔하더군요. 라테와 함께 주문했던 콜드브루도 훌륭했습니다. 가게에서 내리는 콜드브루는 정성을 들이지 않아서 그런지 떫은 맛이 나는 게 대부분인데, 이곳의 콜드브루는 집에서 내린 것처럼 산뜻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커피가 가격도 저렴합니다. 라테가 3.5달러. 뉴욕이라면 드립커피나 마실 가격이죠.
2위 블루보틀
블루보틀에 대해서는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맛이 훌륭하더군요. 워싱턴 유니언 스테이션 지점에서 먹었는데, 기차역사 안에 작게 자리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애틀랜타 최고의 커피인 댄싱고츠에서 바리스타가 컨디션이 좋을 때 뽑은 커피 수준이었습니다. 아내는 뉴올리언즈도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고요, 라테가 좋았습니다.
3위 라콜롱브 (La Colombe)
여기도 프랜차이즈입니다. 드래프트 라테라는 이름으로,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기반으로 한 라테를 팝니다. 나이트로 커피로 라테를 만들면 맛있을 텐데 왜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상품화가 되어 있군요. 아주 맛 있습니다.
아내의 평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합니다. 구글에서도, 드래프트 라테를 ‘더위사냥 녹인 물’이라고 평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
나이트로 콜드브루의 거품으로 인해 우유가 대단히 부드럽게 커피와 섞여 있습니다. 저는 그 맛이 참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라테와 함께 드래프트 라테를 꼭 함께 사서 마시곤 했습니다.
드래프트 라테는 캔커피 형태로 소매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한 번 사 먹어 보았는데, 캔커피가 4불이나 해서 좀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가게에서 뽑아주는 그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캔커피 중에서는 단연 군계일학이라고 말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