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AIT라는 요상한 제도 선언
연준이 AIT(Average Inflation Target, 평균인플레목표)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천명했습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2% 목표를, 목표치의 평균으로 하고, 그것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도 그동안 2% 밑돈 것이 있으니 가만 놔둘 것이고, 물가상승률이 그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평균 2%가 넘어가도 경직적으로 즉각 대처하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거죠. 가만 놔둔다는 것은 물론 현재의 초저금리, 즉 제로금리(0~0.25%) 유지를 말합니다.
연준 자체 사이트에 실린 아래 글에서도 분명히 "물가상승률이라는 목표를 의도적으로 버림(intentional departure from inflation target)"이라 표현하고 있고, AIT가 일방향(one-sided)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AIT라는 제도 자체는 양방향으로의 이탈, 즉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모두 허용하는 개념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 방향은 뻔한 거죠.
AIT에 대한 관심은 연준의장 파월의 잭슨 홀 심포지엄 발언으로 시작되었군요. "평균적으로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발언한 겁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2%를 훨씬 밑돌았으니 앞으로 상당 기간 연준은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용인할 겁니다.
한 국가의 이자율이 낮게 유지되는 것, 그리고 해당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은 모두 이 국가 통화의 약세를 의미합니다. 즉 연준은 미 달러화를 약화시키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고용과 경제성장률을 위해서죠.) 실제로 TD증권(캐나다 소재)은 미 달러화에 대해 숏 포지션 우세가 전망된다고 하고, 이로 인해 오래 지속된 미 달러화의 과대평가(overvaluation)가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연준의 그동안 발언으로 현재의 제로금리 내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2022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이해였죠. 파월의 이번 발언은 현재의 유동성 넘침 현상이 그 이후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합니다.
달러화나 (달러화의 대체재인) 금, 유가 따위에 베팅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는 그저 제로금리로 인한 유동성 홍수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하면 될 듯합니다. 물론 그것은 현재진행형인 자산 시장의 이상과열이 진정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