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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11. 2020

사실 블랙홀은 폭발 중이다?

[독서 메모]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입니다.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의 대표 주자라고 알고 있는데, 대중 과학서적을 많이 쓰는군요. 이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신문 기고문을 모은 것이라서 그런지 대단히 평이한 내용입니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은 TOE(Theory of Everyrhing, 모든 것의 이론)의 하나입니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카를로 로벨리의 책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본 것이 전부라, 아는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TOE와 마찬가지로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죠.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루프양자중력이론은 (거의) 무한대의 해가 도출되는 초끈이론에 비해 우월한 점을 여럿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메시지는 하나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상호작용뿐이라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결론이 사실 그것이죠. 저자는 상호작용 외에는 그 어떤 현실도 없다고 말합니다.



소위 표준모형이나 초끈이론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들의 '깔끔하지 못함'을 지적합니다. 지지자들조차도 인정하는 사실이죠. 뉴턴 물리학 이후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든 수식은 깔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렇지 못한 '표준모형'을, 많은 사람들은 배척하고 싫어했습니다. 그것은 수학만으로 반물질을 예언한 (그리고 아마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폴 디랙도 마찬가지였죠.



폴 디랙은 생을 마감하기 전 몇 년 동안, "우리는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라며 이 이론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수차례 드러내곤 했습니다. (65쪽)



저자에 따르면,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어지지 않지만 대단히 작은 알갱이, 즉 '공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양자(quantum)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당연한 얘기겠죠. 세계를 이루는 구조의 양자성을 가정하는 것은 초끈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끈이론의 최신버전인 M이론 역시 세계를 이루는 양자로 '막(membrane)'을 가정하고 있죠.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기존의 다른 TOE와 비교해서 특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블랙홀에 관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의 설명입니다. 동 이론에 따르면 물질은 한없이 붕괴되어 '플랑크의 별'이라는 극히 작지만 엄청난 밀도를 지닌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플랑크의 별은 반발력에 의해 다시 폭발하게 되는데, 이 현상은 플랑크의 별이 형성될 때와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특이점을 만듭니다. 따라서 외부의 관찰자에게는 마치 영원과 같은 느린 속도로 전개되죠. 그래서 블랙홀은 사실 엄청 빠른 속도로 폭발하며 전개되는 별인데도 우리에게는 정지한 상태로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이 책 말미에는 저자의 또다른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주제가 짤막하게 펼쳐집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건 엔트로피, 즉 열역학적 현상이죠. 엔트로피의 법칙, 즉 열역학 제2법칙은 사실 통계적으로만 맞는 법칙입니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도 오직 통계적으로만 방향성을 띄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멋진 말도 가능한 겁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어서 아주 에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하면, '흐르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고, 우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장벽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존재인 우리 인간은 세상의 퇴색한 모습만 보기 때문에 시간을 살게 됩니다. (117쪽)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것이 실재라는 거죠. 바버의 배위공간(플라토니아, Platonia)이 떠올려지는 대목입니다. 수 많은 정지화상을 연결시키는 것은 인간의 뇌뿐입니다. 그 뇌가 미래는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만을 기억하는 이유는 열역학 제2법칙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오직 통계적으로만 성립합니다.



우리가 간직하는 과거의 기억과 추억은 오직 통계적으로만 성립하는 실재입니다.



이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적고 나니, 동 저자의 책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그리고 조앤 베이커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 지식 50>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히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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