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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26. 2020

[독서 메모] 떨림과 울림 / 김상욱

물리학의 다양한 영역을 나름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낸 책. 경향신문 연재물 모음이다. 읽다보면 신문 연재글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물론, 한정된 분량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특성에서 오는 좋은 점도 있다. 단점이라면, 쌩뚱맞은 문학(?) 파트가 좀 많이 걸리적거린다는 점.


이하 발췌, 요약이다.


*****


전자를 실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의 기호라고 생각하면 양자역학의 이해가 쉬워진다. 실재하는 것은 전자장이며, 전자는 전자장의 표현일 뿐이다. 전자는 전자장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전자는 서로 구분할 수 없이 똑같다. 내가 쓴 1이나 다른 누가 쓴 1은 서로 다르게 생겼지만 의미하는 바는 똑같이 1이라는 개념인 것과 마찬가지다.


- 인간의 배아도 발생 과정에서 위상수학적 변화를 겪는다. 공 모양에서 도넛 모양으로 바뀌는 이 변화는 늘리거나 줄이는 것으로 실현 불가능하며, '아폽토시스'라 불리는 세포자살이 반드시 필요하다.


- 영화 <컨택트>의 원작소설에 나오는 외계종족, 헵타포드는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본다. 이들은 왜 살아갈까? 헵타포드는 미래를 알지만, 미래가 실현되려면 실제로 그 미래를 살아야 한다.


-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거다. 두 방법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동일한 결과를 주는 두 개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96쪽)


- 아이러니하게도 카오스가 통계적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 준다. 동전을 1개 던져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100만개를 던지면 대략 알 수 있다. 동전이 찌그러져 있어도, 서로 요란하게 부딪쳐도 마찬가지다.


- 자연이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 법한 상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부른다. (106쪽)


-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 카오스가 일어나고 있으며, 지수함수적으로 빠르게 초기조건에 대한 정보가 사라진다. 그래서 엔트로피는 무지의 척도다. 통계적 상태에 도달하면 초기조건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이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 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106쪽)


- 하나의 입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시간 위를 움직인다. 여기에는 시간의 방향도 없다. 수많은 입자가 모이면 비로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창발한다. (118쪽)


- 통계물리학에 따르면 상전이가 일어나는 순간 물리량들은 무한히 커지거나 불연속이 된다. 즉, 상전이 전후를 연속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 기체로부터 고체의 특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전이가 일어날 때 새로운 특성이 돌연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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