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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an 07. 2021

[독서 메모] 관찰의 힘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소비자 연구 및 마케팅에 있어 대단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러나 개론서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추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아마 저자들이 판매하는 온라인 강의가 있지 않을까. 즉 본편을 팔기 위한 예고편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드는 책.


이하, 발췌/요약.


*****


- 지구촌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제품이나 서비스 비용에 민감해진 소비자는 기저 기술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고, 이해도가 높아진다. (개도국 소비자들을 관찰하면 기성 제품에서 뭘 바꿔야 하는지 알게 될 듯.)


- 생각도구, 한계치 맵. 사람들은 최저 허용치와 최대 허용치 사이에 머무르려 한다. (림월드 생각하면 쉽다.) 사람들이 허용범위에서 이탈했을 때 어떤 일을 벌이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자. 예컨대 청결 욕구는 신체적 불편함에 의해 촉발되지 않고 사회적 용인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액 결제 시스템이 실패한 이유는, 잦은 결제가 고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 명품 옷은 사람들의 태도를 우호적으로 바꾼다. 그러나 그 옷을 공짜로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효과는 반대로 바뀐다. 


- 상하이 시민의 자가 보유율이 1997년에 36%였으나 2005년 82%로 급상승했다. (믿기지 않는 통계. 체크 필요) 이에 따라 주택 리모델링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찰, 기록, 그리고 질문이다. 사람들의 거짓 대답은 오히려 그들의 숨은 열망을 보여주므로 오히려 진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과시하거나 숨기려는 특성을 찾아내라.


- 거부자와 저항자는 다르다. TV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을 묻는다면, 거부자는 본 적이 없다거나 볼 시간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저항자는 집에서 TV를 없앤지 15년 되었다고 자랑스레 대답할 것이다. 비수용자는 원시인이 아니다. 그들은 수용 전에 이미 관심과 평가의 단계를 거쳤을 것이며, 어느 단계에서 비수용 입장을 정했을 것이다.


'지갑 맵핑'이란 사람들의 지갑 또는 가방의 내용물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질문을 통해 각 물건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지갑 맵핑이 유용한 조사 기법이 되는 이유는 '중복'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카드처럼 충분한 반추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물건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중복'의 형태로 보상심리를 발휘한다. 충전 금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대신, 이들은 100% 충전된 여분의 카드를 가지고 다닌다. 필요한 기차를 못타면 큰 낭패이니 말이다. 서비스 디자인 측면에서 볼때 중복은 시스템 효율 향상의 여지가 있다는 신호다. 예컨대 도쿄에는 지하철은 물론 대부분의 자판기에서 교통카드 충전 잔액을 조회할 수 있다.


- 미래에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그것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자동으로 포상이 주어지는 반송 기능이 기기에 장착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개념, 더 나아가 소유의 개념이 이론적으로 변할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도시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꼭두새벽부터 아침까지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대가 좀 더 일관적이고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주중 새벽 4시경이 좋다. 이상적인 장소는 걷기 좋고 주택가와 상가가 적절히 섞인, 해당 연구의 고객층 유형을 폭넓게 반영하는 동네다. 현지 조력팀과 연구팀을 둘씩 짝지어 관찰한 바에 대해 토론할 수 있으면 최고다. (이 장을 읽으면서 저자들의 흥미로운 일, 그들의 삶의 방식이 부러웠다. 그러나 연구팀과 합숙을 하고,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들도 나름대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의 로드맵을 생각해보는 데는 원뿔 모양을 상상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의 꼭지점에서 미래로 넓게 퍼져나간다. (말은 멋있는데, 실제 상상은 결국 가지치기로 귀결될 것이다. 인간은 연속체를 상상할 수 없다. 아니, 세상부터가 블럭(양자)으로 되어 있다.)


무언가를 핵심만 남기고 다 벗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핵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유소의 본질이 병과 호스가 아니라 현재 주유소에서 겪는 어떤 주변적 경험이라면 어떨까? 우리가 주유소를 처음 보는 외계인이라고 상상해보자. 이 훈련은 신기술이나 새로운 표준의 도입을 감안하여 핵심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20세기 초에는 약국에서 휘발유를 팔았다. 차를 소유하는 부유층은 보통 운전사도 함께 고용했다. 중산층이 소유한 차를 직접 운전하게 된 다음에야 '풀 서비스' 주유소가 등장했다. 오일 교환, 타이어 공기압 체크 따위의 '서비스'가 소비자의 주유소 경험의 본질이 된 것이다. 이후, 차들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차를 자주 정비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신용카드 및 전자결제로 결제도 편해졌다. 주유소의 본질은 이제 서비스에서 연료 충전으로 다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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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도중에는 스릴 넘쳤으나, 읽고 난 후에는 남는 것이 없어 맥이 빠진다. (아마 읽기를 끝내고 곧바로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밑줄 친 부분들을 다시 살펴보며 정리해보니, 차근차근 한 번 더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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