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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an 08. 2021

[독서 메모] 허접한 책, <초연결>을 읽으며 든 생각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뚝딱 만들어 파는 책들을 본 지도 이제 몇 년째다. 이건 그중에서도 거의 최악에 해당되는데, 저자는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런 내용으로 '강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용팔이 수준의 협잡꾼이라 생각되는 대목들은 아래와 같다.


4가지 필수 원칙이라는 걸 제시했는데, 좀 막 만든 듯. 데이터를 공유하라는 둘째 원칙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순환시키라는 셋째 원칙과 너무 많이 겹치지 않나? '제품을 보는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라'가 원칙이라면 '잘해라'도 원칙이다. 아마, '원칙을 따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문제'를 겨우 '디지털 쌍둥이'로 박멸할 수 있다는 주장.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 못 하는 듯.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결되는 문제가 과연 얼마나 될까?


네스트는 스마트홈 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가장 혁신적인 IoT 제품이다. (268쪽)

-> 미국에서 1년간 써봤으나 전혀 아니었다. 에너지 절약 알고리즘이 대략 이렇다. 냉방의 경우, 설정온도보다 더 내려가도록 냉방하고, 나중에 더워지면 설정 온도를 1도쯤 더 지나쳐야 다시 냉방시작. 즉, 과냉방과 늦게 반응의 연쇄. 난방은 물론 그 반대 패턴이다. 이걸 스마트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을까?


초기 스마트홈 기기 가운데 네스트의 온도 조절 장치와 함께 주류가 된 제품이 또 있다. 바로 필립스가 2012년 에 선보인 '휴 LED 조명'이다. (272쪽)

-> 역시 이것도 써봤으나 별 감흥 없었으며, 불이 아예 안 꺼지는 아주 심각한 버그도 있었음. 지금 짐 속 어딘가에 있는데 꺼내지도 않고 있다.


미국에서 트럭의 평균 적재율은 60%에 불과하고, 전체 주행 시간 중 20%는 빈 채로 달린다. 세계 평균 적재효율은 더 형편없어서 10%다.

-> 앞부분은 OK. 그러나 10%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치다. 게다가 출처도 없고.


Tulip이라는 신생기업이 만드는 작업자용 IoT 소프트웨어는, 생산 현장의 누구나 코드 한 줄 쓰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 그으래? 지금까지 한 얘기로 봐서 별로 믿음직하지 않아서 검색해봤다. 아직 망하지는 않은 듯.


*****


그렇다고 건질 만한 이야기가 아예 없지는 않은데, 다음과 같다.


주변 날씨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서비스 -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프린터, IP 카메라, 베이비모니터 등이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사람들이 암호를 잘 설정 안 하기 때문.


GE는 현재 전 세계에서 디지털 쌍둥이를 가장 잘 도입한 기업. 80만 개 이상의 디지털 쌍둥이 운영 중. 거대 풍력발전 단지가 한 예다.


2013년, 테슬라는 서스펜션 관련 리콜 사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했다.


영국 서해안 간선 열차의 신뢰도는 99.7%다. 극심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러시아의 벨라로는 99.9%의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다. (적절한 스트레스가 좋은 결과를 내는 사례)


빈터할터라는 회사의 식기세척기는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낸다. (검색해보니, 한국어 사이트가 있기는 하다. 첫 페이지만... ㅡ.ㅡ;;)


사람들이 대개 공유하는 여섯 가지 욕망 (이 책에서 제일 건질 만한 내용)

1. 박학다식

2. 텔레파시 -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3. 안전

4. 불멸 - i.e. 무병장수

5. 순간이동

6. 표출 - 그러니까, 관종이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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