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파우더라면 예전에 바벨 스쿼트 할 때 큰 통으로 샀다가 통채로 버린 기억이 있다. 너무 맛이 없었다. 우스개 소리로 단백질 파우더 고르는 데 3번째로 중요한 것이 원재료, 2번째가 단백질 함량,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맛이란 말도 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BCAA라 불리는 근육 형성 필수 아미노산 3총사(류신, 아이소류신, 발린)를 꼭 포함하라는 말도 봤다.
단백질 파우더 제품 광고에 보면, 체중 1kg 당 하루에 단백질을 1g은 먹어줘야 한다고 나온다. (WHO 권장량은 0.8g이다.) 음식에도 단백질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한식에는 단백질이 매우 부족하다는 말도 있지만 요즘 그렇게 식사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백질 파우더는 대개 한 번에 30~40g을 섭취하라고 나오는데, 단백질 함량으로 하면 20g 정도가 된다. (물론 WPI라면 함량이 더 높다. 아래 참고.)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운동 직후 체중 1kg 당 0.4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벌 뛰고 나서 25g 정도 먹으면 될 것 같다.
안 좋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파우더를 다시 먹어보려는 이유는, 단백질이 부신 기능 보조에 좋다는 말을 책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매일 피곤하다. 그동안 우습게 여기던 복합비타민에 더하여 비타민 B12를 추가로 먹은 지도 벌써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소변이 노랗게 된 것 외에는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부신을 도와줘야 할 것 같다. 부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비타민 B5, 그리고 아미노산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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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보충제는 대개 유청 단백질(whey protein)로 만들어진다. WPC, WPI, WPH의 세 가지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단백질 함량을 높인 것이다. 따라서 WPC는 분유 맛이 강하고 달기도 하지만 WPI는 그런 점들이 훨씬 덜 하다. 그렇다고 WPI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정제를 덜 거친 WPC에는 단백질 이외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따라서 유당불내증이 걱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WPC가 좋다고 볼 수 있다. 가격도 당연히 WPC 쪽이 더 저렴하다.
카제인이나 콩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보충제도 있다. 콩 단백질은 유청 단백질에 비해 류신이 적게 함유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필수 아미노산 함유도는 유청 단백질과 마찬가지다. '소화도를 고려한 단백질 아미노산 점수'에서 콩 단백질은 유청 단백질과 같은 최고점을 받았다. 콩 단백질은 소화가 느려 오랫동안 근육 생성을 도울 수 있기도 하다. (이건 카제인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청 단백질에 콩 단백질을 1/3 정도 섞어 복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BCAA 성분이 강화된 단백질 보충제가 필요할까? 이와 관련해서는 루테인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루테인은 지아잔틴이라는 성분을 함께 넣은 것이 대세인데, 당연히 더 비싸다. 그러나 지아잔틴은 루테인으로부터 합성된다. 지아잔틴이 섞인 루테인 제제는 루테인 함량이 단독 제제에 비해 적다. 따라서 지아잔틴 마케팅은 그야말로 마케팅이라고 보는 것이 내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단백질에 아미노산이 골고루 섞여 있는데 굳이 BCAA 계열 아미노산을 강화한 제품을 고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조사해보니, BCAA 강화 제품이라고 가격이 더 비싸지도 않았다.
또 MRP(식사대용품) 계열이 있는데, 이는 단백질 보충제에 탄수화물을 추가하여 식사를 대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체중 조절이 주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단백질 보충제를 가지고 식이요법을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주객전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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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어떻게 먹을까? 물이나 우유/두유에 타 먹으면 되겠지만 맛이 문제다. 물에 타먹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고, 예전에 통채로 버렸던 제품이 우유에 섞어 먹은 경우였다. 그때에 비해 맛이 개선된 제품들이 나와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자신할 수 없다. 무맛 파우더에서 코코아 가루나 믹스 커피를 섞어 먹는 방법이 있는데, 나의 경우 저녁에 운동을 하므로 카페인 섭취가 부담스럽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한다면, 커피 가루는 물론 미숫가루나 바나나/냉동딸기를 섞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경우는 일단 우유에 섞어보고 안 되면 코코아 가루를 조금 섞어볼까 생각중이다. 아니면 키토제닉 하겠다고 잔뜩 사놓은 게 그냥 쌓여 있는 에리스리톨을 섞어볼까나.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회의 창'이라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운동 후 30분 내에 단백질을 섭취해야 근육이 쑥쑥 자란다는 이야기인데, 공포 마케팅의 일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굳이 운동 직후에 먹을 필요는 없지만, 잊지 않고 섭취한다는 차원에서 운동 직후에 챙겨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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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사 도중 만난 일부 브랜드.
MRP이자 맛이 호평 받는 것으로 산타6.
한국 운동 유튜버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마이프로틴.
가짜 제품을 팔다가 덜미가 잡힌 사기꾼 업체로 WGM(대구 소재 국산 회사)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관련 제품을 판매한 회사로는 동아에프앤비, 한국바이오웨이, 엠비뉴트리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