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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Feb 24. 2021

[책을 읽고] 초예측 / 오노 가즈모토

유발 하라리,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석학 8인과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인터뷰인 만큼 깊이는 떨어진다. 반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석학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현실 문제에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확인해볼 수 있기도 하다. 



유발 하라리는 일부 플랫폼 거대기업들의 세계 지배 현상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민주적 절차도 없이, 이들은 현재 세계의 아주 거대한 부분을 자기들 입맛대로 규정한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이 '기술'인 만큼,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미약함과 힘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행동주의가 아니라 도피주의다. 20세기에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의 경쟁을 이기고 가장 적합한 정치 구조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21세기에 적합한 정치 구조를 찾지 못했다.


전쟁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하라리는 전망한다. 무형 자산은 전쟁으로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이 실리콘밸리를 점령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아직도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대개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 유형 자산이 있는 곳들이다. 또한 하라리는 핵이 억제력을 발휘해서 제3차 세계대전을 예방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하라리는 기대치를 낮추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라고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없고 모든 주제에 깊이 알 수는 없음을 우선 인정합시다. 좁은 분야에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전문가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무리 얕은 수준이라도 다른 여러 분야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77쪽)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빈부) 격차가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 말하며, 그 이유는 격차가 세 가지의 위험, 즉 신종 전염병의 확대, 테러리즘 확산, 그리고 이민 문제 악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다이아몬드는 인구 감소 현상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며, 그 이유는 자원 부족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민자가 사회의 혁신을 주도한다고 말하면서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민자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는 아이들에게도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중 언어 사용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단일 언어 사용자는 이중 언어 사용자에 비하면 뇌를 덜 사용하니까요. (113쪽)


조앤 윌리엄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한 이유에 대해 부족한 계급 이해를 들었다. 다만, 이것은 힐러리 클린턴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당, 더 나아가 스스로를 진보 엘리트라 생각하는 미국의 지식인 계층 전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사회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나, 정작 계급에 대한 이해는 낮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243쪽)


이들은 이미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 난 후에,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1루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때, 그들은 3루에서 시작했다. 그런 사실을 망각하고 일반 대중에 대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가지는 한, 민주당은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그녀는 강변한다. 똑같이 3루에서 출발했고, 마음속으로는 노동 계층을 깔보는 트럼프를 왜 가난한 백인들이 지지했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윌리엄스는 미국의 독특한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비판한다. 10년 마다 시행되는 인구 센서스 결과를 가지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게리맨더링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거대 양당이 공통으로 꺼리는 가장 큰 문제는 현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제3의 당이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역구를 조작하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단지 미국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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