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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05. 2021

[책을 읽고] 옐 아들러 <은밀한 몸>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우리는 쾌락과 고통을 오감으로 감지한다. 어떤 감각도 창피해할 필요 없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말을 하고 싶었다. (615쪽)


저자 옐 아들러는 단지 그 말을 한 것만은 아니다. 오감으로 나타나는, 우리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해 저자는 말한다. 입냄새, 방귀, 여드름, 코골이... 그리고 이들보다 더욱 '사적인' 우리 몸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물어보기 창피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오감 내지 부위 별로 정리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몇 덩어리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건강 팁을 그냥 죽 나열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많다. 만약 핵심적인 몇 가지만 기억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세 가지만 실행해 보자.


1. 웬만하면 물로 씻어라. 세정제를 정 사용하고 싶다면 설탕이나 코코넛 성분의 약산성 세정제를 쓰고 말끔히 헹군다.

2. 코털을 뽑거나 코와 입 사이의 여드름을 짜지 마라. 뇌혈관으로 박테리아가 들어갈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

3. 견과류와 복합비타민제를 먹어라.


긴 버전은 다음과 같다.



*****


입냄새의 90%는 입안과 인후에 그 원인이 있다. 내장기관의 문제나 대사장애로 인한 10%의 구취는 입뿐 아니라 코로도 그 냄새가 배어나온다. 따라서 코에서도 입냄새가 나는지 체크해 보기만 해도 일단 병원에 가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입안의 냄새는 대개 혀가 그 원인이다. 혀를 닦는 데는 칫솔보다 플라스틱 또는 금속제의 긁개가 더 효과적이다. 치약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되지만, 열 번은 문질러라.


남자들에게서 나는 몸의 악취는 대개 코리네박테리아가 원인이다. 이름이 재미있지 않은가? 아토피 환자는 종종 살짝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는데, 피부에 포도상구균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땀이 심하게 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한다. 각종 대사장애나 내장질환, 심지어 암을 의심해야 할 수도 있다.


***


많은 동물에게 있는 음경뼈가 인간에게는 없는 이유가 뭘까? 일부일처제 때문이라고 한다. 경쟁자를 의식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을 임신시키기 위해 발기된 상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상식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에 의하면 뼈가 없는 음경은 골절 위험이 낮은 장점도 있다.) 뼈가 없는 인간의 음경은 혈액의 흐름을 정체시켜 발기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장기 발기는 위험할 수 있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유행하는 생리컵은 박테리아에 극히 취약하다. 물에 헹구는 것만으로 박테리아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질 세정은 건강에 위험하다. 샤워로 인해 박테리아나 세척기의 화학물질이 생식기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커넥션>에는 관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관장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이 책에 걸쳐 열 번 정도 나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가장 안전한 세정제에 관한 것이다. 웬만하면 물로 씻어라. 그러나 세정제를 쓰고 싶다면, '설탕이나 코코넛 계면활성제'가 주성분인 제품을 사용하라. 왠지 달콤한 느낌이지만, 저자가 이런 세정제를 추천하는 이유는 약산성이고 천연 성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원래 약산성이므로, 알칼리성 세정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논리다.


***


단순포진에 효과적이면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약은 황산아연젤이다. 가려움 단계는 물론 딱지 단계에도 효과가 있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고 한다. 단순포진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매우 위험하다. 포진이 빠르게 퍼지고, 뇌수막염 내지 뇌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조금 검색을 해보니, 황산아연은 과연 저렴한 물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피부치료용으로 약제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의약품 부작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헤르페스 환우들의 모임에서도 사용하는 것을 보니 안전성은 충분한 듯하다. 그래도, 그냥 병원에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


대변 검사는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검사 방법이다. 그러나 도저히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생충 감염 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항문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것이다. 기생충이 있다면 거기에 붙어 있을 거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엉덩이도 물로만 씻는 것이 최선이다. 세정제를 쓰겠다면 설탕이나 코코넛 계면활성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약산성 세정제를 사용하고, 말끔히 헹궈내라. 급성 질환의 경우라면, 홍차(탄닌)를 섞어 좌욕을 하면 금세 진정된다고 한다. (오오, 홍차!)


보통 방광에는 오줌이 300~350밀리리터 들어간다. (아마도 여자 기준인 듯. 구글링 결과는 400~500밀리리터였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오줌이 100밀리리터 모인 시점부터 소변 욕구를 느낀다.


***


통계적으로 5명 중 한 명은 무좀이 있다고 한다. 수영장이나 샤워장에서 흔하게 옮는다. 만약을 대비해서, 양말을 먼저 신고 팬티를 입어라. 팬티를 먼저 입다가 무좀에 걸린 발이 팬티에 닿으면 무좀이 엉덩이로 옮겨갈 수 있다.


정맥류는 온갖 질환을 일으키는데, 무좀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정맥 초음파 검사를 받아라. 손발톱은 둥글게 자르지 말고 직선으로 자른 다음, 모서리 부분을 윗부분부터 갈아라. 내향성 손발톱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


하루에 머리카락이 백 개 정도 빠지는 것은 그냥 예삿일이다. 사흘에 한 번씩 머리를 감는 사람은 매일 감는 사람보다 세 배로 많은 머리카락을 욕실 수챗구멍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니까 놀라지 말아라.


탈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손발톱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량영양소 결핍이다. 비타민 복합제를 먹어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여성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모발 문제도 일으킨다. 진찰을 정확히 받고, 장 미생물에도 신경을 쓰자.


코털을 잘못 뽑았다가는 코털 겉면에 살던 박테리아들이 콧속 혈관을 타고 뇌까지 올라갈 수 있다. 코와 입 사이의 여드름을 짜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대단히 위험하다. 박테리아가 뇌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콜라겐은 섭취해도 효과가 있다. 콜라겐 몇 그램을 먹으면 피부의 탄력과 촉촉함이 개선되고, 모발, 손톱, 관절 등 다른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 거대기업들이 판매하는 캡슐이나 앰플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더 좋다. 달걀, 치즈, 육류, 생선, 씨앗, 콩, 두부 등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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