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Mar 09. 2021

[책을 읽고... 열받다] 경제 시그널 / 경제브리핑

경제 시그널 /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팀

거짓말과 억지 논리를 빼고는 원하는 주장을 펼 수 없었던 것일까? 이데올로기에 매몰되면 인간은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경불진 팀이 직접 보여주다니, 실망이다.


참고로 나는 권순우 기자의 팬이다. 권순우 기자는 이 사람들과 거의 시각이 같은 내용의 팟캐스트(지금은 유튜브로 옮겼지만), '발칙한 경제'의 진행자다. 거짓말을 안 하고도 얼마든지 좌파적 시각에서 경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단 말이다.


부동산 투자가 정말 돈이 될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나서, 저자는 계산을 시작한다. 구입 시점에서 취득세 등등 제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 보유 중에도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야 한다고 부언한다. 그리고 드디어 매도 시점, 얼마나 많은 돈이 세금으로 나가는지 강조한다.


그럼 시세가 1년 만에 3억 원이 올랐을 때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자. 취득비용 6720만 원에 보유세 340만 원, 양도세 1억 6600만 원을 합치면 2억 3600만 원이 넘는다. (173쪽)


미안하지만 취득비용 6720만원은 전액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즉 3억 원의 양도차익에서 공제된다는 말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저자들이 취득비용을 이중으로 계산한 것은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취득비용을 높이려고 아파트 값을 15억 원으로 잡고, 양도세율을 높이기 위해 1년 만에 집을 처분한다는 가정은 의도가 뻔하기는 해도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범위다. 그러나 양도세 계산을 일부러 엉터리로 해서 이득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냥 거짓말이다. '국민채권 할인은 바로 매도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에서 제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피식했는데, 그 뒤에 훨씬 더 무지막지한 오류가 나와서 어이가 없었다.


바로 이 대목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별로 재미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내용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나 일단 거짓말을 대하고 나니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MMT(현대화폐이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칸트를 들먹이며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무슨 뜻인지 일장 연설을 한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단지 잘난 척을 하기 위해 어디서 주워 들은 칸트 얘기를 주절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우습기 그지 없다.


AI에게 야구 심판을 맡기면 '주심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을 놓칠 수 있다든가, 자율주행 AI는 '의무적으로' 공리주의적 알고리즘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어이 상실은 마찬가지다. 기차가 산비탈을 미끌어 굴러가는데 선로 위의 5명을 죽일 것이냐, 아니면 선로를 변경하여 옆에 서 있던 (뚱뚱한) 1명을 죽일 것이냐 하는 질문은 마이클 샌델 덕분에 유명해진 고전적 윤리 딜레마다. 이런 문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책의 앞 부분, 즉 그나마 봐줄 만한 부분도 칭찬할 거리가 거의 없다. 통계 관련한 부분에서는 실제로 조사를 하거나(경트럭 판매량 기사 분석 내용처럼), 기자로서 일할 때 에피소드(여자 수영 신기록 관련 일화처럼)를 더 넣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른 책에 뻔질나게 나온 내용들을 다시 우려먹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뭐... 뒤에 나오는 경악스러운 내용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비가 줄어드는 진짜 원인은 인구 감소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 중 기업이 챙기는 몫은 1988년 15.1%에서 2017년 20.2%로 5.1%p 증가했다. 정부의 몫도 같은 기간 20.9%에서 23.8%로 2.9%p 늘었다. (254쪽)


이런 내용은 사실이기도 하고, 대단히 통찰력 있는 관찰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도 주장을 펼칠 수 있었건만,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쉬운 길을 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의 시작은 생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