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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25. 2017

미니멀 사고

[서평] 베리 심플 / 스즈키 에이치


원제는 <미니멀 사고>다. 현대인들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따라서 정말 필요한 문제에만 집중해서 해결책을 찾자는 주장을 담았다. 200쪽도 안 되는 책인데 반은 그림이고, 한 쪽에 나오는 글자수도 많지 않아 정말로 1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내용도 나쁘지 않다.


스티브 잡스 (이미지 출처 - Business Insider)

스티브 잡스는 무너져 가는 애플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딱 네 종류로 정리했다고 한다. 데스크탑 아니면 랩탑, 전문가용 아니면 일반용. 전문가란 컴퓨터를 활용해서 가치를 만드는 사람, 일반인은 그 가치를 향유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화가 효과적이려면 반드시 명확한 개념 정의를 동반해야 한다.

미니멀 사고는 실질적인 해결에 집중하여 필요없는 낭비를 사전에 예방한다. 예컨대 애인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MECE(서로 겹치지 않고 모든 것을 빠짐없이 포함하는) 원칙에 따라 64개의 가능성을 전부 생각해보는 대신, 간략하게 핵심 질문만으로 접근하라. 결혼 상대가 필요한가? 아니라면 애인이 없는 것은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 거기에서 분석은 끝난다. 결혼 상대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에 따라 다른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된다.

미니멀 사고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문제해결 단 한 가지 유형의 사고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책의 존재 이유 자체도 미니멀 사고적이어서 좋다. 문제 해결은, 문제 제기 - 원인 분석 - 해결의 3단계로 진행한다.

1. 문제 제기
이 단계에서 대원칙은 문제가 정말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가 없는 일이라면 잊어도 좋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지 확인하려면, 우선 목숨이나 돈과 관련된 문제인지 자문해 본다. 그리고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식당에서 세무사가 부자 고객의 세금 문제를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데, 모두들 재미있게 듣고 있다면 실제로 피해가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세무사의 고객인 그 부자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있으며, 탈세 사건이라면 금전적, 형사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태를 관찰해야 한다. 단순히 기분이 나쁜 상황이라면 구제받을 수 없는 피해일 수 있다. 사실을 근거로 댈 수 있는 피해의 경우로 문제 제기를 최소화하라.

2. 원인 분석
대원칙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이는 원인이 아니라 진짜 원인을 찾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 상황에 주목하라. 고속도로의 구조가 문제라면 착공 당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을 탓하지 말고 현재 상태에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 상황이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마음의 문제라고 치부하지 말자. 마음의 평화는 얻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를 외면하는 것뿐이다. 문제 상황이 지속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해결
대원칙은 더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처음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최선이라 생각하지 말자. 사실 더 위험한 것은 주객전도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 주차장에 차만 세워놓고 물건을 사지 않는 쇼핑객들 때문에 주차장에 차단장치를 설치한 기념품 가게 주인 이야기는 기억할 만하다. 진짜 문제는 공짜 주차가 아니라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이다. 문제 제기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경우다. 금지 또는 벌칙 등 부정적 해결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라는 조언도 챙기자. 슈퍼마켓 계산대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 놓는 쇼핑객들의 행위는 인간의 심리상 당연한 행동이다. "무거운 물건을 올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안내문을 설치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윗면을 평면이 아닌 경사면 형태로 바꾸면 사람들은 자연히 짐을 올려 놓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해결책이 효과가 없다면 다시 문제 제기 단계로 돌아간다.

책 서두에도 나와 있듯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애초에 고민 대상이 되는 문제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은 문제 삼지 말자. 실제로 문제가 아닌 일로 고민하면서 정신 건강을 해치지 말고, 머릿속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베리 심플> 표지 ⓒ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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