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독서 기록
5월에는 30권을 읽었습니다.
Jon Krohn의 <Deep Learning Illustrated>와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을 비롯해서 다섯 권에 5점 만점을 주었습니다. 이동환의 <이기는 몸>은 독창적이지는 않아도 건강 관련 정보를 잘 요약한 책입니다.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대단히 잘 정리된 논문이고요. 마틴 리스의 <온 더 퓨처>는 한 천문학자가 미래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피력하는 책인데, 통찰력이 번뜩이는 류의 책은 아니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Deep Learning Illustrated>는 딥러닝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책입니다. 박해선 님의 번역서가 나와 있으니 그걸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가벼운 내용부터 꽤 심도 있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고, 제 생각에는 <Hands On Machine Learning>보다 체계가 더 훌륭합니다. (물론 더 쉬운 내용까지만 다룹니다.)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은 정말 명작입니다. 이야기 작법에 관한 책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 강력한 도구를 쥐어주는 책은 처음 봅니다.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기막힙니다. 아시다시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대개 원전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래 항간에 떠돌아 다니던 이야기들이라는 거죠. 셰익스피어가 천재성을 발휘한 지점은 플롯이 아니라 인물입니다.
원전의 햄릿은 그냥 아버지의 복수를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죠. 모든 이야기의 악당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오델로>의 이아고도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의 창작입니다. 원전 이야기에서 이아고는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오델로에게 복수를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이아고와 같은 수수께끼의 캐릭터가 전혀 아니었다는 겁니다.
셰익스피어의 머릿속에는 인물들의 취향, 말버릇, 마음속 상처, 특정한 사건 당시 식사 메뉴까지 전부 들어있었을 겁니다. 다만 셰익스피어는 그 모든 걸 작품 속에서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죠. 이런 생략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만들어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표현되지 않은 내용이라도 작가는 머릿속에 완전한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인물이 이야기의 전부라고요.
<깨달음 이후의 빨랫감>을 읽게 된 것은 제게 상당한 임팩트를 준 사건이 되었습니다. 깨달음 이후에도 온갖 종류의 감정적 동요가 일어난다는 점, 다만 대처가 달라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명상할 때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도 괜찮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보다 낫습니다. <의식의 강>은 감정적 개입 없이 학문적 자세로 주제에 접근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간만에 1점 짜리 책이 있는데요, <수중용접공>이라는 만화책입니다. 상을 여러 개 받았다는데, 도대체 어떤 잣대를 들이밀면 이런 책이 상을 받는지 신기하네요. 주제도 전혀 공감 가지 않고, 그림체도 끔찍한데, 그렇게 대강 그린 그림을 자가복붙하는 작가의 성실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1점을 주고 싶은 책이 그 밖에도 몇 권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1점을 줄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2점으로 멈췄습니다.
5월에는 <이야기의 탄생>을 제외하면 경탄하며 읽은 책이 없었습니다. 1월에 <철학 vs 철학>, 2월에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3월에 <우주를 계산하다>, 4월에 <틀리지 않는 법>을 만난 것에 비하면 5월은 좀 아쉽군요. 6월에는 다시 가슴 뛰게 하는 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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