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데이비드 재럿,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완화의료가 필요하다는, 이제는 조금 식상한 주장을 담은 글이지만, 진정성, 인류애, 성찰, 비판력, 글솜씨 모든 분야에 걸쳐 탁월하다. 의사가 쓴 글 중에서 이만한 책은 아툴 가완디의 <죽는다는 것(Being Mortal)>을 제외하고는 처음 본다. 제24장, '최신식 죽음'은 꼭 한번 읽어보자.
- 개인이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 중 대부분이 인생의 마지막 여섯 달 동안 쓰인다. (186쪽)
- 우리 후손들은 현재의 암환자 연명 치료를 돌아보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어이없는 짓을 했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268)
- 영국 기준으로, 삶의 질 보정 생존연수(QALY) 1년이 확보되는 치료를 수용하기 위한 최소 기준은 QALY당 3만 파운드 정도다. (272) - 의약 R&D 투자에 대한 기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만약 어떤 환자에게 나무 아래 앉아 있는 것이나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면 바로 그걸 누리게 해주자. (276)
- 지루한 일이라면 그것이 자기 계발과 관련된 훌륭한 목표라 하더라도 추구할 가치가 없다. <율리시즈>나 <돈키호테>를 읽는 것이 고통스럽다면 그냥 존 그리샴을 읽어라. (342) - 오랜 시간을 살아온 한 사람이 동료애의 발로로 인생 후배들에게 주는 귀한 충고다. 우리에게 시간은 귀한 자원이다. 지루한 일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박해선, <혼공머신>
진짜 초보도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배울 수 있다.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으로,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주요 알고리즘은 다 배울 수 있다. (서포트 벡터 머신이나 DBSCAN은 빠져 있다.)
민아림, <의사 엄마의 아토피 수업>
아토피에 관한 진솔한 조언 모음.
문요한, <오티움>
진정한 취미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라! 저자는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오티움이라 명명한다. 오티움에는 다섯 가지가 필요한데, 자기 목적성, 일상성, 주도성, 깊이, 그리고 긍정적 연쇄효과다. 오티움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고, 삶에 균형과 활력을 주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 삶의 활기를 위해서는 능동적인 여가 활동이 필요하다. 바쁘고 힘든 사람들일수록 제대로 쉬어야 한다. 현대인의 소진은 과로가 원인이 아니라 능동적 휴식의 부재가 원인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 휴식 말고 재미와 활기를 느끼는 능동적 휴식이 없기 때문이다. (185쪽)
키트 예이츠,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요즘 읽은 수학교양서들 중에서도 훌륭한 책들 중 하나. 다른 책들보다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
이언 스튜어트,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역시 이언 스튜어트. 수학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수학의 역사를 다루며, 새로이 발굴된 수학 영역에 대해 조금이라도 맛보기가 가능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어려운 내용은 나오지 않으며, 수학자들의 삶에 관한 단상도 곳곳에 나와 있어 지식과 휴식을 동시에 준다.
김강원,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국내외 여러 혁신 창업 사례에 관한 신문기사급 정리. 아이디어 자극에 좋다. 환전 서비스, '레볼루트'가 한국에 빨리 오픈했으면 좋겠다.
왕샤오레이, <삼국지 조조전> 1권
조조빠인 나에게 이렇게 재미 없는 조조전은 처음이다. <창천항로>나 <미완의 책사 사마의> 수준은 고사하고 고에이 게임 시나리오만도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황농문, <슬로싱킹>
내가 애호해 마지 않는 멍때리기 찬양 책이다. 뭔가에 집중하고 싶다면, 포스트잇에 적어 눈에 띄는 여기저기에 붙여 놓자. 이리저리 궁리해 보다가 잠이 오면 그대로 기대 잠깐 선잠을 자도 좋다.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깍이 천재들의 비밀>
1만 시간 아웃라이어의 안티 테제. 통섭을 강조하는 요즘 추세에도 맞다. 20세기 중반 이후, 전문 지식들은 너무 깊고 고립된 자신들만의 골방에 갇혀 버렸다. 전문가들은 바로 옆 가지의 작동방식도 알지 못한다. 저자가 권하는 것은 전문성 한 분야와 폭넓은 호기심을 가진 T자형 전문가다.
- 내부 관점을 지향하려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성향은 '외부 관점'을 지향하는 유추를 따름으로써 물리칠 수 있다. 외부 관점이란, 당면한 문제와 깊은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는 다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문제에서 멀어져 폭넓은 관점을 요구하기에 직관과 본능에 반한다. (190)
- 전문가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호기심 많은 아마추어들이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연결하여 뭔가를 알아낼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 (325)
- 서로 동떨어진 지식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연구는 연구비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더 적고, 저명한 학술지에 실릴 가능성도 더 적고, 발표되었을 때 외면당할 가능성도 더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류 지식의 도서관에서 대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더 높다. (476쪽)
-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490)
- 뱀발. '판서'가 집단적 문제 풀이 방식이라니, 니혼진들의 마케팅이 뛰어난 거냐, 아님 서양에 일덕들이 너무 많은 거냐.
- 뱀발2. 제6장에서 몇 문단 읽지도 않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내가 그 정도로 그 사람 왕팬인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