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팀원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한 팀원이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곧 농담이라고 말했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성능이 어떤지, 유료인지 무료인지가 문제일 뿐, 그런 코드는 일단 나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데이터 확보는 다른 문제다.)
책을 읽다가 페이스북이 이미 챗봇 만드는 앱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Chatfuel이라는 사이트인데, 대강 둘러보니 무료 버전은 제한이 좀 많다. 봇이 학습한 내용을 저장할 공간도 필요할 테니, 역시 공짜로 풀기에는 비싼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페북이 이 서비스에 돈을 받는 것은 이상하다. 무료로 풀고 득달 같이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것이 페북에게 이익일 테니까. 어쩌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 때문에 조심하는 걸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기존의 금융신용점수를 아득히 능가하는 '사회신용점수'를 추진 중이라 한다. 알리바바는 '세서미 크레디트'는 이름으로 비슷한 점수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이 점수가 높으면 공항에서 VIP 체크인이 가능하고 보증금 없이 렌터카를 빌릴 수 있다고 한다. 요점은 이거다. 정부와 기업이 1984식의 감시 시스템을 착착 만들고 있는데, 시민들은 오히려 그런 것을 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베이비 시터를 구하든 우버 기사를 구하든 그런 점수가 있다면 정말 편리하기는 할 것이다. 반대급부로 프라이버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돈이라는 가치를 위해 많은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예컨대 CCTV는 프라이버시를 아주 대범하게 침범하는 장치이지만, 범죄 예방이라는 대단히 유용한 가치를 제공한다. 나는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CCTV는 더 많이 설치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이나 안전이라는 가치와 교환되면서, 프라이버시는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사실, 우리는 이미 머릿속까지 검열당하고 있지 않은가? 구글과 페북(메타... ㅡ.ㅡ;;)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