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아서 크뢰버, <중국경제>
중국의 경제 성장은 그것이 중국이어서 가능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와 르완다는 중국식 경제 성장 모델을 도입했고, 10년이 넘도록 연평균 11%와 8%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모델이 현재의 개도국에게 맞지 않으며, 최근에 성공을 경험한 '선배 개도국들'의 모델이 더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 선배들은 물론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을 말한다. 바로 아시아형 개발독재다.
중국을 독재국가라고 말하지만, 중국 공산당 당원은 무려 8,600만 명이나 된다. 도대체 누구의 독재란 말인가? 중국 독재는 싱가포르의 이씨 왕국이나 북한의 김씨 왕국과 다르다. 혈연관계가 아닌 독재가 이어졌던 소련과도 다르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지도자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후계를 정했으며, 단계적 권력 이양으로 혼란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지금의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만의 효율적 시스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공산당의 통치 형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 구조,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혼재, 이해할 수 없는 호구 제도 등등. 현재 중국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들 중 이 책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정치판을 이루는 3개의 분파, 특히 시진핑을 배출한 태자당에 관한 것 정도일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지방정부는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돈도 많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철저히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있고, 세수권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중국의 발전 모델을 저자는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토지 개혁, 수출 중심 제조업, 그리고 금융 억압이다. 아시아 개발독재에서 대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운 좋게도 중국에게는 홍콩이라는 지리와 세계화라는 천시가 있었다. (어쩌면 덩샤오핑과 주룽지라는 인화도 있었다. 자오쯔양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반 중국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아마 다시는 나타나기 힘들 독특한 조합, 즉 개발도상국 수준의 저렴한 노동력과 거의 선진국 수준의 훌륭한 사회기반시설을 동시에 갖춘 상태가 되었다. (127쪽)
저자는 또한 중국의 고속 성장에 저환율이 기여한 바가 거의 없으며, 중국의 전기료는 오히려 비싼 수준이고 (한국은 특히 싼 국가 중 첫째로 언급된다) 지재권 침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득 대비 환경성과지수가 중국보다 10% 이상 낮은 국가가 셋이나 있는데, 러시아,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중국의 어두운 면
현재 중국이 직면하는 최악의 문제는 미국이 아니고 양극화다. 0.5에 육박하는 지니계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중국의 독특한 현 상황에 기대어 지속되는 현상이다. 호구 제도와 여타 도시 우대 정책으로 인해, 도시민은 농촌 주민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 그나마 나아진 요즘에도 도시민은 농촌 주민보다 3.3배 부유한 수준이다. 문제는 정책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정책에 의해 부유해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 상황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래서 호구 제도와 같은 어이없는 제도가 아직도 폐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인가 하는 고전적인 문제에 관해서 저자의 답은 명쾌하다. 현재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대답 역시 '아니오'다. 1인당이 아닌 총계로서 GDP 차원에서 중국은 언젠가 미국을 초월할 것이다. 인구가 4배이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1인당 GDP는 물론 여타 영향력 차원에서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형편이 못 된다. 기술 격차라든가 혁신 문화 같은 요소도 있겠지만, 눈에 더 잘 띄는 한 가지 요소가 중국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구다. 중국은 곧 일본 수준의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고령화와 가장 먼 국가다.
중국은 중국이다
인권 탄압과 민주화에 대한 거부로 인해 중국이 곧 무너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인들이 현 상황에 만족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2014년 조사 결과, 중국인들의 89%가 경제 상황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인도(64%), 미국(40%), 브라질(32%)보다 훨씬 높으며, 조사 대상 45개국 중 1위였다. 중국이 경제 성장과 독재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저자는 효율적 통치 때문이라 말한다. 효율적 통치가 꼭 민주 정치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유사성을 많이 공유하는 오늘날 선진국들의 오만에 찬 오해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외부인은 결코 중국의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외부인이 아무리 개탄스럽다고 느껴도 미국의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6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