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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30. 2022

플랫폼 제국의 귀환

스캇 갤러웨이, <거대한 가속>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스캇 갤러웨이는 구글, 애플, 페북, 아마존의 플랫폼 제국이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하고 빈부격차를 확대재생산하는지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에 관한 책은 이들의 혁신에 대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종류가 아니면 시장에 나오지도 못했다. 플랫폼 혁신의 폐해를 고발하는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지만, 그 대상은 보통 우버를 선두로 하는 긱경제 플랫폼들 뿐이다. 게다가 긱경제의 대표격인 에어비앤비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보통 분석된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군계일학이라 할 만한 책이었고, 그래서 나는 스캇 갤러웨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책을 냉큼 집은 것은 당연했다.


<거대한 가속>은 코로나19로 인해 플랫폼 제국의 독점과 빈부격차가 어떻게 '가속'되는지를 분석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기술의 조기 도입, 재택근무, 그리고 세계 모든 정부가 헬리콥터로 뿌려댄 막대한 돈은 모두 플랫폼 제국에게 유리하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안드로메다로 벌릴 만한 호재다. 플랫폼 제국이 그야말로 한층 더 강한 역습을 가한 것이다. (뭐 누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전작에서 에어비앤비를 5번째 플랫폼 제국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았듯이, 이 책에서도 플랫폼 기업 자체에 대한 경영학적 분석은 여전하다. 그래서 책 앞부분에서는 에어비앤비나 스포티파이가 가진 뛰어난 사업 모델을 칭찬하다가, 뒤에 가서 이들 기업의 부정의에 저항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리둥절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갤러웨이가 똑똑하다는 것이니, 이런 점은 이 책의 단점이라 하기에는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에서 까던 우버를 이 책에서 칭찬하는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다. 트래비스 칼라닉 하나 나갔다고 우버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코로나19는 끝을 향해 가는 중이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팬더믹이 우리를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라 예상한다. 주기도 더 짧아질 것이다. 플랫폼 제국에게는 겹경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정치 참여다. 표를 버리는 사람에게 정치는 언제나 그 대가를 치르게 해왔다.


*****


- 팬더믹은 빈부격차를 가속할 것이다.

- 40년 전에도 도시의 종말 이야기가 있었다. 통근이 다가 아니다. 문화 생활 때문에 도시로 몰려든다.

-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브랜드('포장') 시대의 종말을 보여주었다.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던 브랜드들이 과거에 반대 되는 행동을 한 사례들이 네티즌들에 의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개인 정보를 팔아 돈을 절약하는 대중이고, 아이폰 사용자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려고 돈을 쓰는 부유층이다.

- 미디어 회사들은 빅4에게 자신의 가치를 뺴앗기는데, 미디어는 빅4에게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일 뿐이다.

- 빅4나 비전펀드 같은 거대 자본은 '우리와 합치거나 망하거나'라는 선택지를 신규 유망 기업에 제시한다.

- 위기 시에, 일반 기업은 심폐소생술을 거부당하고 보유 현금만으로 가치를 평가당한다. 보유 자본도 많고 자본 조달 비용도 낮은 시장교란자(유망 신생 기업)들은 이 기회에 이런 기업들을 먹어치우고 시장 장악력을 더 키운다.

- 갤러웨이표 'T 알고리즘'을 가진 유망 기업들 - 디즈니(Rundle 패키지 제공 가능), 테슬라(애플 이상의 생식기 본능 호소), 스포티파이(네트워크 외부성), 에어비앤비(전작에서도 꼽았던 가장 강력한 빅5 후보), 카니발(여행/항공과는 달리 코로나19 이후 반드시 일어선다), 레모네이드(차별화), 넷플릭스(가성비), 펠로톤(이건 갤러웨이가 틀렸다는 게 입증됐다고 본다), 로빈후드(게임화, 즉 중독성), 쇼피파이(아마존만 가능할 것 같았던 풀필먼트), 트위터(iOS로 전환하고 유료서비스 론칭한다면), 우버(브랜드, 혁신문화 - 난 동감 못함), 와비파커(훌륭한 스토리), 위워크(원격근무의 미래 - 이것도 동감 못함), 틱톡(편의성, 중독성)



- 일부 초명문 대학 브랜드는 희소성과 환상이 어우러진 (에르메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초 명품 브랜드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처로 이만한 데가 없다. 온라인 공개 강좌는 이들의 브랜드 파워에 절대 맞서지 못하고 쇠퇴할 것이다. 

- 국가는 무료 대학을 절대 개설하면 안 된다. 포퓰리즘일 뿐이고, 빈부격차를 더 키울 것이다. - 결국 망할 온라인 공개 강좌를 만드는 셈이니까.

- 혁신가에 대한 맹목적 숭배 대신, 그들의 착취를 단호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 불평등 자체는 부도덕하지 않지만, 대를 잇는 불평등은 부도덕하다.

- 부의 정점에 도달한 자들은 갑자기 사회주의를 옹호한다. '우리 기업이 실패하게 놔두면 안 된다.'

- 세금을 이용한 긴급 구제는 미래 세대를 상대로 한 증오 범죄다.

- 기업들이 실패하도록 놔둬야 한다. 줍줍도 못하게 하면 가지지 못한 자들은 어떻게 부를 일구란 말인가?

- 말콤 글래드웰 왈, 히틀러를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은 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면 그런 섬뜩한 사람에게도 매료되기 쉽다. - 이미 셀럽이 된 억만장자들 얘기다.

- 오늘날 억만장자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그 길의 중간기착지인 백만장자가 되기는 너무 어렵다. - 억만장자들의 대부분이 부모 덕에 백만장자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하라.

-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훌륭하지만 불합리하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승무원들에게 뉴욕에서 LA까지 운항하고 싶다면 항공기를 구입하고 연료와 기내식을 채운 다음 수익을 분배받으라고 했다고 상상해보라.

- 당신 집에 불이 났을 때 부자가 좋은 호스를 들고 불을 끄러 와줬다고 세상에 부자가 더 많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방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 당시 사람들은 파우치 대신 빌 게이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내가 게이츠레기 싫어하는 1,001가지 이유 중 하나. 라떼 내지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미국의 여러 제도가 젊은 층의 부를 노년층으로 이전하게 설계되어 있는 이유는 투표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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