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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06. 2022

둔필승총 6/6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학문적인 내용이 많다. 범부인 나로서는 그런 부분보다는 고통을 견뎌내는 한 사람의 마음가짐에 관한 글귀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워낙 유명한 글귀들이 많은 책이니, 다른 곳에서 접한 명문장들은 제외하고, 마음에 닿았던 글귀들을 적어본다. 가당치 않을 지도 모르나, 지금 내 상황이 감옥 생활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36쪽)


- 취침 나팔이 밤하늘을 울리면 수감자들은 습관처럼 고향을, 부모를, 바깥을 상상해본다. 꿈에나마 그리운 곳, 그리운 사람을 만나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93쪽)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156쪽)


- '1년은 짧고 하루는 긴 생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나날도 돌이켜보면 몇 년 전이 바로 엊그제같이 허전할 뿐, 무엇 하나 담긴 것이 없는 생활, 손아귀에 쥐면 한 줌도 안 되는 솜사탕 부푼 구름같이, 생각하면 약소하기 짝이 없는 생활입니다. (207쪽)


- 징역 속의 동거는 타인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같은 방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꼬박 마주앉아서 심지어 상대방의 잠꼬대까지 들어가며 사는 생활이기 떄문에 우리는 오랜 동거인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208쪽)


- 결벽증과 정돈벽이 남보다 덜하지 않았던 제가, 결코 자발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징역살이라는 '장기 망태기' 속에서 부대끼는 사이에 어느덧 그것을 버리고 난 지금 어느 면에서는 상당한 정신적 여유와 편안함마저 향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80쪽)


- 사회참관이나 외부작업을 하려 교도소의 육중한 철문을 나설 때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갖는 심정은, 이것은 진짜 출소가 아니라는 다짐입니다. (585쪽)




시미즈 켄,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제목은 참 잘 지었는데, 내용은 텅. 두 번을 읽었는데 별로 건질 것이 없다. 일본에는 그냥 200쪽 채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쓴 책들이 많은 듯.


- 과거에 목숨이 위태로웠던 일이 있다면 그 기억을 곱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병이라면 몰라도 사고는 곱씹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에 적절치 않아 보인다. 난 스노보드 타다가 두 번이나 죽을 뻔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던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 1년 후 자신이 병상에 누워있다고 가정해보자. 1년 후의 자신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때 뭘 후회할지 생각해보면, 지금 바꿀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박해남 등,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일부 괜찮은 글도 있으나, 현실에서 유리된 사색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 인간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환경이며, 그 우리는 단지 인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235쪽)



마누엘라 마케도니아, <유쾌한 운동의 뇌 과학>


난 운동 관련 책도 좋아하고, 뇌 과학 책도 좋아한다. 둘 다 가진 이 책은 당연히 좋았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MRI의 원리에 관해 설명하면서 그 방식이 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게 신기했다. MRI는 자기장을 변화시켜 세포들의 극성을 일부러 바꿨다 놔줬다 하는데, 이게 과연 해롭지 않을까? 전자 렌지도 유해성 논란이 있지만, 우리는 적어도 살아 있는 무언가를 전자 렌지에 넣지는 않는다. (몸의 2~3%가 이미 플라스틱인 마당에 이런 걱정 하는 게 우습기는 하다.)


- 루모시티나 비디오게임 트레이닝이나 뇌 능력 향상에는 아무 효과 없었다.


- 강도 높은 운동을 하든지, 아니면 머리를 써야 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 규칙적인 섹스가 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


- 스트레스로 인한 뇌의 위축이 특히 해마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해마에 코르티솔 수용체가 많아서다.


- 스트레스는 뇌에 영구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우리 뇌는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복구된다.


-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적어도 5일에 한 번, 시속 6킬로미터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12킬로미터 정도 걸은 집단은 인지 기능을 유지했다. 스트레칭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해마 수축이 저지되는 것을 넘어 해마가 다시 더 커진다.


어스라이크, <내가 선택한 가족입니다>


다양한 가족의 가능성에 관한 몇 개의 글. 책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


- 입양 전문가에 따르면, 입양된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야 하며, 가능하면 유아기에 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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