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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16. 2022

모더니즘은 단순해서 편하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


전형적인 모더니즘 소설이지만, 작가의 필력에 읽는 걸 멈출 수가 없다. 헤르만 헤세 류의 아류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지만, 1914년 작품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쓰여진 시대를 잊게 만들 정도로 잘 쓰여졌다. 요즘 소설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확실히 모더니즘은 단순함이 강점이다. 우정, 배신, 부채감 등 형이상학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냥 우리들 사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는 면모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힘. 


어찌 보면 그냥 그 당시에 신문에 연재될 만한 그런 소설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 라고 말하면 거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대 독자에게는 그렇게 보일 만하다. 물론, 옛 것이라는 생각을 덧칠하고 보면 또 그런 맛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점은 천황이나 순사(일왕놈을 따라 뒈짐) 따위의 제국주의적 헛소리가 여과 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위대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도 자신이 살아간 시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 "옛날에는 부모가 늙으면 자식들 신세를 졌지만, 요즘에는 다 큰 자식들도 부모가 거둬야 해."하며 푸념 비슷한 말씀도 빼놓지 않았다. - 1914년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


- 인력거 소리가 났네. 요즘 같은 고무 타이어가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삐그덕거리는 거슬리는 소리가 났지. - <스토너>에서 딸이 자동차라는 신문물에 빠졌다고 말하는 장면 같은 느낌.


- 가장 강성한 메이지의 영향을 받고 자란 우리가 메이지 천황의 붕어 이후에도 살아 있는 건 시대착오라는 느낌이 절절히 들었네. - 붕어 IQ에서나 할 만한 소리다. 한편, 이런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사람들의 집단이 지닌 광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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