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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28. 2022

외계인을 찾아서

[책을 읽고] 이언 스튜어트, <우주를 계산하다> (3)

<프로젝트 헤일 매리>의 부주인공, 락키


아주 시답잖은 것이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 한 예다. 무한한 가능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하찮은 우연성의 요소를 곱해서 확률곱셈을 하는 아주 허접한 개념에 붙은 이름 치고는 참... 대단하다. 다행히, 이언 스튜어트의 의견도 나와 같다. (사실 난 드레이크가 자신의 이름이 붙은 방정식을 진지하게 제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문제점은 '행성'이나 '전파' 같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는 조건들을 강제한다는 점에 있다. (456쪽)


이언 스튜어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광범위한 공부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2000년, 미하엘 라흐만과 마크 뉴먼, 크리스 무어는 효율적으로 암호화한 소통이 무작위적 흑체 복사와 정확하게 똑같아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의 원래 논문 제목은 '충분히 발전한 커뮤니케이션은 잡음과 구분할 수 없다'였다. (456쪽)


안타까운 일이지만, 폴 앨런 망원경 집합체 같은 것은 쓸모없는 돈 낭비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건 실망할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무한한 흑체 복사가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외계인의 소통의 증거일 수 있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언 스튜어트는 또 한 발 나아간다.


다른 세계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명은 지배적인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457쪽)


열수공은 물론 방사능에 노출되고 우주로 나가도 살아남는 곰벌레를 보고도 왜 우리 인간은 외계인의 존재를 그렇게 한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수많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생명체의 특징으로 언제나 거론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항상성이다. 물론, 항상성은 적응의 결과다.


생화학자들은 생물 구성에 DNA, RNA, 아미노산 등이 정말로 필수불가결한지 실험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른 세계의 생물은 우리와 다른 화학이나 근본적으로 다른 화학, 심지어 분자 구조를 피함으로써 화학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459쪽)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는 인간과는 아주 다른 존재일 수 있다. 곰벌레와 같은 극단적으로 단순한 생명체의 군집일 수도 있고, 어쩌면 수학적 조합체일 수도, 또는 에너지의 흐름일 수도 있다. 물론, 인간 따위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생소한 또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범위를 넓혀서는 조사를 아예 시작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렇긴 해도, 일단 출발점은 우리와 비슷한 환경과 생명체를 찾아보는 것이다. (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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