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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28. 2022

골디락스 지겹지 않냐?

[책을 읽고] 이언 스튜어트, <우주를 계산하다> (4)

태양계에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존재했다면, 가장 유력한 것은 화성 또는 유로파 정도다. 그 이유는 물이 액체로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발적 기후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금성이나,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가스형 행성의 위성들도 충분히 가능한 후보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수성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모항성에 매우 가까운 항성이라도, 지구-달 처럼 자전-공전 공명이 일어나면 한쪽 면이 늘 항성을 향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뜨거운 앞면과 차가운 뒷면 사이에 살기 좋은 온화한 지역이 존재하게 된다. (462쪽)


골디락스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사용된 유일한 사례


여름엔 에어컨 없이 살아남을 수 없지만 겨울엔 추워서 밖에 나오기도 싫은 우리나라에 사는 우리들은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비유다. 만약에 수성이 달처럼 한쪽면만을 계속 태양에 향한 채로 공전하는 행성이었다면, 너무 뜨거운 앞면과 너무 차가운 뒷면 사이에 살기 좋은 봄/가을 지역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또한 골디락스 존이 꼭 항성에서 일정한 거리 범위에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슈퍼지구형 행성에서는 대륙 이동이 더 빠르게 일어나며, 이에 따라 기후가 더 안정화된다. 즉 아담한 지구형 행성보다 훨씬 더 많은 슈퍼지구형 행성들이 생명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466쪽)


알다시피 지구의 내부는 매우 뜨겁다. 중학교 때 맨틀 층의 대류에 대해 배우지 않았던가. 그게 더 큰 규모에서 일어난다면, 그 행성의 에너지 체계에서 지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지열도 물론 그 근본을 따진다면 당연히 항성의 복사 에너지지만, 지금 그런 얘기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거대한 지구형 행성이라면, 지구처럼 딱 맞는 거리에서 항성 주위를 돌지 않아도 된다.


지구 내부가 뜨거운 이유


땅속뿐 아니라 대기도 문제가 된다. 엄청난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없었다면 금성은 그렇게 뜨거울 수 없다. 금성은 온실효과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 행성이 태양계에만 있을 리도 만무하다.


타이탄 대기 중에 메탄이 그렇게 많은 것은 메탄이 생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비슷한 예가 지구의 산소다. 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에서 산소는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471쪽)


또다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 요컨대 외계 생명체는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순환의 고리가 엔트로피의 힘을 이길 수 있다면, 적대적 환경에서도 생명체는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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