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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04. 2022

가라, 표준모형, 가라고

[책을 읽고] 이언 스튜어트, <우주를 계산하다> (9)

암흑물질은 아주 신기한 물질이다. 계산값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 우리가 아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아주 새로운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필요한 특징을 마구 욱여넣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암흑물질은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전자기 복사를 방출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력 작용으로 수축이 일어나려면 복사든 뭐든 어떤 수단으로 열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암흑물질은 구상성단과 같은 작은 덩어리를 만들 수 없다. 다시 말해, 구상 성단에는 암흑물질이 거의 없어야 한다. 그런데 구상 성단인 켄타우루스 자리 오메가의 별들의 움직임은 암흑물질 없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 구상성단이기 어려운 구상성단, 오메가 센타우리


다행히도,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로버트 매케이와 콜린 로크의 모형은, 큰 척도에서 반반한 통상적 우주 모형을 작은 척도에서 덩어리진 것으로 대체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의 물질 분포는 정적이면서도 은하와 같은 개별적 구조들은 약 10^16년을 주기로 나타나고 사라질 수 있다. 적색 이동은 중력으로 인한 기하학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형은 현재 우주의 기하학과 아주 잘 일치하며, 빅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사 틀렸다 하더라도, 이 모형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유지하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요소들(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인플레이션) 없이 현재의 우주를 설명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준다. (637)


물론, 매케이와 로크의 모형은 시장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현재의 우주모형은 수학적으로도 매우 불안하다. n=1000억인 n체 문제를 다룰 수는 없으니, 우주를 수프와 같은 하나의 연속적인 유체로 근사하는 것이 현재의 천체물리학이다. 즉 현재 우주 물리학은 천체를 점 질량으로 다룬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현재의 우주물리학이 방정식을 계산하는 방식은 뉴턴과 별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크기와 질량에 상관없이 모든 천체는 질량이 한 점에 모여있는 것으로 가정된다. 적색거성이든 중성자별이든 질량만 같으면 그냥 같은 점이다.


1000억, 1억 개는커녕 3개도 어렵다


즉, 이 모형에는 수학적 결함이 있다. 그 결함이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전혀 무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명적일 수도 있다. (642)


이렇게까지 결함 투성이인 표준모형(람다CDM), 이제 좀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예타 통과 못한 사업을 아무리 많은 지역민이 지지해봐야, 결말이 행복할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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