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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05. 2022

이언 스튜어트의
<상상력 무한 도전>

[책을 읽고] 이언 스튜어트, <우주를 계산하다> (10)

다중 우주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개념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퉁쳐지는 다중 우주는 세세한 부분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브라이언 그린은 9가지를 제시했다. 저자는 4가지를 다룬다.


1. 퀼트 다중 우주 - 누비 이불처럼 거의 같은 복제 우주가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

2. 인플레이션 다중 우주 -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마다 기본 상수들이 다른 우주가 태어나는 우주

3. 풍경 다중 우주 - 각자 자기 나름의 끈 이론을 따르면서 양자 터널을 통해 연결된 대체 우주들의 네트워크

4. 양자 다중 우주 - 가장 유명한, 슈뢰딩거 고양이의 우주 버전


양자적 중첩 상태는 계가 복잡할수록 빨리 깨진다. 따라서 고양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복잡한 계의 중첩상태는 지속시간이 없다시피 한다. (대략 플랑크 시간 정도...) 고양이 같은 거대물체가 고전역학 물체처럼 행동하는 이유다. 저자는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식의 다중 우주를 한손에 뭉개버린다.


우주의 양자 파동함수를 다중 세계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양자 상태들은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676)


I want to live, not just survive


왜 기본 물리 상수는 지금 이 상태로 미세조정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현재 가장 강력한 대답은 아쉽게도 '인간 원리'다. 간단히 말해, 우리 우주의 물리 상수가 현재 상태로 미세 조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우주도 없고 태양도 없고 지구도 없고 인류도 없으니 '왜?'라고 질문할 주체가 없다. 애초에 우연히 그렇게 미세 조정된 우주라서 우리 인류가 등장해서 이런 질문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미세 조정 따위는 없다. 다시 말해,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부터 인플레이션을 연구한 물리학자 폴 스타인하트도 이런 견해를 밝혔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순한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우주 가설은 우리가 볼 수 없으며 임의적인 복잡성을 가진 무한히 많은 우주를 가정한다." (682)


1994년, 잭 코언과 공동집필한 책 <카오스의 붕괴>에서 저자는 이런 비유를 했다.


자동차를 하나 생각해보자. 포드 피에스타라고 하자. 다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볼트 하나의 규격을 변화시키면 자동차는 만들어질 수 없다. 즉, 볼트의 규격은 자동차가 조립될 수 있도록 미세조정되어 있다! 볼트가 아닌 다른 부품들, 타이어, 점화 플러그, 톱니바퀴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자동차가 존재할 확률은 0이다. 게다가 존재 가능한 자동차는 포드 피에스타 밖에 없다. (686)



말할 것도 없이, 잘못은 상수들을 한 번에 하나씩만 바꾸는 데 있다.


표준 모형을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할까? 새로운 발견이 보고될 때마다, 표준모형은 땜질이 필요하다. 2016년 6월에는 기존의 허블 상수를 조정해야 하는 새로운 관측 결과가 학계에 보고되었다. 


나는 오늘날 각광을 받는 이론들이 더 나은 운명을 맞이할 거라고 믿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빅뱅은 사실이 아니고, 적색 편이는 우주의 팽창 때문이 아니며, 암흑 물질은 실수에 불과할 수 있다. (699)


표준 모형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포기하지 못하는 과학자들의 아쉬움과 아집의 집합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실망할 일일까? 저자의 대답은, 진정한 과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즐거움은 바로 그것을 알아내는 데 있다. (6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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