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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06. 2022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고맙다

서덕,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교통사고 나서 한 달 정도만 쉬었으면 좋겠네요." (33쪽)


영화 <마라톤>에 보면, 마라톤 연습을 하다보면 옆에 달려오는 화물차에 뛰어들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이기영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통사고 나서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도 한 적이 있다. 출퇴근 길에 건널목에 서 있으면 꽤 자주 그런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찾아온다.


결국 저자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쉰다. 한끼 1,500원 식사를 계획하고, 고기집에 가면 비싸니 살치살을 마트에서 사와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5시간, 6시간을 보낸다.


멍이라면 역시 불멍


이런 나는 내가 바란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바쁠 때 책상머리 앞에 가서 앉으면 그 창조적인 나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125쪽)


나는 학창 시절 딱 2년 동안 작곡을 했는데, 곡이 써지는 조건이 딱 저거였다. 대여섯 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린다. 그러다 보면 뭔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뭔가 써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삶에 지친 사람이 쉬면서 쓴 에세이다. 참 많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물으면 만화책 대신 도스토예프스키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허영심, 여행하는 젊은이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우기던 할머니, 돈이 생기면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창틀을 꾸미던 러시아 시골 마을 사람들...


그러나 가장 남는 문장은 바로 이거였다.


힘내라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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