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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7. 2022

난 루틴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보면 홈즈의 은신처 묘사가 나온다. 왓슨은 아직 은신처의 주인이 홈즈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는 은신처의 주인이 아주 기본적인 생활도구만 갖추고 '스파르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이어지는 명장면.


"왓슨, 석양이 아름다운데 바깥에 나와보게!"


처음 만났을 때 홈즈의 인상은 왓슨에게 혼란 그 자체였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물건들 사이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 천재는 정리정돈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어쩌면 홈즈에서 기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베이커가 221B번지에 있는 홈즈 박물관이야 돈 받고 사람 들이는 곳이니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고 치고, 왓슨이 방문했던 황야의 은신처는 왜 그렇게 깔끔할까?


홈즈는 1분 1초를 다투며 수사를 벌이기도 하지만, 사건이 없을 때는 며칠 동안 빈둥거리기도 한다. 짜투리 시간은 아까워하면서도 막상 휴일에는 방 안에서 빈둥거리는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지도 모른다. 안네 프랑크가 말했듯, 우리는 '꼬마 모순덩어리'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표딱지를 붙인다. 세상 편한 사람, 덜렁이, 친절한 사람... 반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모순덩어리로 보일 수밖에.



어쨌든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다시 읽으며 만난 홈즈는 왠지 더 친근하다. 왓슨이 '스파르타적'이라 말한 홈즈의 심플한 생활에서 루틴을 읽었기 때문일까. 나는 루틴을 꽤 잘 지키는 편이다. 살면서 어쩌다 그렇게 변했는데, 이제는 그 루틴이 없으면 살기 어려울 것 같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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