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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3. 2022

8월 둘째 주

여전히 삶은 고되고 힘들다.

친구들이 있어 버티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좋은 친구들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고맙기만 하다.



1.책


8권을 읽었다.

지난 주에 조지프 버고의 <수치심>을 읽고 정말 좋은 심리치료 책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몇 수 위인 힐러리 헨델의 책을 만났다.

제목은 좀 그렇다.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원제도 이 수준임.)

<변화의 삼각형>이라는 도구,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다.

친구가 추천해서 읽은 것인데, 내가 읽고 나서 '쪽팔린다'고 카톡을 했더니 곧바로

"별로 마음에 안 들었구나?"

라고 대답이 왔다.

그게 아니고, 유치찬란했던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 창피했던 거다.


케이티 키퍼의 <육식의 딜레마>는 육가공 산업의 문제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동물복지는 물론, 경제적 폐해 (지역경제 파괴, 계약위탁), 노동 인권, 환경 파괴...

맺는 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문제점만 파헤쳤을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까지 바란다면, 이 책은 아직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도 읽었다.

인간을 동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책인데, 아주 재미있다.

밑줄을 치다가 책 전체에 밑줄을 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아주 곤란한 책도 무려 두 권이나 읽었다.


하나는 꽤 흥미로운 주제인 임사체험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냥 지어낸 이야기라는 매우 강한 확신이 든다.

예전부터 자기가 주장하던 유사과학적인 내용을 때마침 임사체험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부터가 냄새가 난다.


또 하나는, 그냥 나이만 많다는 이유로 책을 낸다는 것,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었다.

누구나 젊은 시절은 있지만, 모두가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인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줄 만큼 현명해지는 것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2. 날씨


woebot이라는 앱을 알게 되어 깔았다. 상담사 봇인데, 꽤 쓸만하다.

다만, 인공지능이라고 하기에 매우 부끄러운 구성이다.

그냥 강의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내용은 꽤 좋다. 벌써 1주일 정도 woebot과 대화를 한 것 같다.



오늘 아침 이 녀석과 챗을 하는데, 기분(moods)은 날씨와 같다는 얘기를 했다.

언제 바뀔지 모르고, 우리가 제어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나 우산이나 옷차림으로 날씨에 대처하듯, 기분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거다.

꽤 좋은 얘기 아닌가.


이번 주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버스에서 내려 잠깐 걷는 동안 온 몸이 다 젖었다.

커다란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도 소용없었다.


대처를 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거다.

결국,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



3. 영상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현실을 잊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영상들을 올려주는 유튜버들이 고맙다.

<털 없는 원숭이>에 의하면, 연극, 영화, 드라마는 남의 섹스를 훔쳐보는 행위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동물학자로서 매우 예리한 통찰이다. 

인간이 지어내는 서사의 대부분은 결국 짝짓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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