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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3. 2022

노화란 무엇인가

[책을 읽고] 마크 윌리엄스, <늙어감의 기술> (1)

이 책은 진정으로 통섭적 시각에서 노화를 다룬다. 몸과 인지력의 노화에 관한 서술은 대체로 의학적 시각에 따른다. 감정에 관한 챕터는 심리학이 중심이다. 이어지는 제5부는 역사, 사회학, 그리고 영성에 관한 내용이다. 우선 이 글에서는 노화에 관한 과학적 고찰 부분을 다룬다. 



늙는 이유


진화과학에서 살펴보면 노화와 죽음이란 더는 필요없는 생존기계를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텔로미어가 발견된 이후,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려는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저자는 이런 시도가 별 결실을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비교생물학자들에 따르면 DNA 복구 능력이 종의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베르너 증후군은 DNA 복구 능력이 크게 약해지는 병인데, 이른 나이에 흰머리, 탈모, 피부 위축, 백내장, 암, 당뇨병 등 노화와 관련된 증상을 일으킨다.


회춘 유전자로 유명한 시르투인은 거의 대부분의 고등생명체에서 발견된다. 시르투인은 손상 받은 DNA의 복제를 방지하여 돌연변이의 축적을 막는다. 시르투인은  열량 섭취 제한과 열충격단백질에 의해 활성화되며, 블루베리, 땅콩 등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 역시 시르투인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활성산소의 경우는 미묘하다. 활성산소는 건강의 적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병원성 세균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등 우리에게 이로운 측면도 있다. 또한 활성산소를 막는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대표적 항산화제 중 하나인 SOD의 경우, 다양한 포유류에서 최대수명과 상관 관계가 확인되었다.



최종당화산물(AGE)가 매우 나쁘다는 것도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AGE와 관련된 당뇨병 합병증들은 노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어, 당뇨병을 가속 노화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당화반응과 산화는 서로를 가속화한다.


소식, 즉 칼로리 제한이 노화를 막는 기전은 이치에 맞게 들린다. 칼로리 제한은 인체로 하여 여분의 투자를 그만두고 당장의 생존에 집중하게 만든다. 자손을 만드는 대신 당장의 생존에 에너지가 투하되므로 당연히 노화가 억제된다. 상기하자면 노화는 번식이 끝난 생존기계를 버리는 과정이다. 부족한 에너지로 일단 살아남아 나중에 번식하려는 생존기계는 버려지지 않는다.


개체군 역학의 측면에서 보면 노화는 개체군의 성장을 적절히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는 사망률을 조정하여 여차하면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격렬한 요동을 억누른다.



우리 몸이 늙는 방식


노화는 몸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킨다. 80세가 되면 젊은 시절에 비해 약 5센티미터 정도 키가 줄어든다. 지방도 증가한다. 25세에서 지방의 평균 체성분 비중은 14%지만, 75세에서는 30%다. 간과 신장은 크기가 줄어들지만 전립선은 커진다. 피부의 경우 변화는 표피층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일어난다. 콜라겐이 감소하고 구조도 변한다. 모발도 희게 변하는데, 머리카락 대신 겨드랑이 체모로 판단하는 게 신빙성 있다.


각종 감각도 퇴화한다. 상식과는 다르게, 노화는 미뢰의 숫자를 줄이지도 않고 미뢰의 반응성을 약화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혀의 위축에 의한 미각 감소는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혈압이 증가한다. 그러나 정신병원 같이 특별한 환경에서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게는 혈압의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혈압의 증가는 환경 또는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시스템과는 달리, 위장관 시스템은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거의 없다. 특히 위장관 내벽은 평생 놀라운 수준의 재생 능력을 유지한다. 다만 대장의 경우 내벽이 위축되고 혈관의 기형이 흔해지는데, 특히 게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60세 이상의 30% 정도가 게실을 가지고 있다. (동양인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소화기의 문제는 위장관보다 치아 상실의 결과인 경우가 많으며, 치아 상실 역시 노화가 아니라 관리 소홀의 결과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X염색체 여분으로 돌연변이에 대처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산다. Y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X염색체를 가진 정자에 비해 난자를 수정시킬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수정란 단계에서 성비는 170:100이다! 그러나 자발적 유산 비율이 훨씬 높아, 출생 단계에서 성비는 대략 105:100 정도로 떨어진다. 생식연령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남녀의 성비가 같아지고, 이후로는 여자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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