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과 나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Aug 21. 2022

8월 셋째 주

일기를 들춰보면, 매일매일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어제도 그랬다고 생각할 수 없다.

어제가 기억나지 않는다니.



1. 책


14권 읽었는데, 소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소설이 다섯 권, 심리학이 네 권.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는 공대 출신 기자가 쓴 반도체 이야기다.

산업적 시각에서 쓰였지만, 공대 출신이라 기본 원리도 살짝 살짝 설명해주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도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각 파트마다 전문가들에게 감수를 받은 것도 훌륭하다.

다만, 양자암호 관련해서는 설명이 미흡하다. 아니, 미흡할 수밖에 없다.

양자암호는 결국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한다고 봐야 하는데,

얽힘 현상은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EPR 문제에 대해 보어가 대답하고, 벨의 부등식으로 입증이 된 현상이다.

간단히 말해 쌍입자 한 쌍이 시공간을 완전히 초월해서 얽혀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 얽혀 있는 쌍입자의 상태가 확정되는 것은 관찰자의 확인에 의해서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얽혀 있는 상태는 확인하는 시점에서야 확정되므로, 사전에 확정값을 담을 수 없다.

이걸 가지고 초광속 통신이나 암호화를 주장하는 것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주제 관련하여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저자들의 입장도 갈렸다.

얽힘 현상의 본질적 불확정성 때문에 실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었고,

뭐 어떻게든 실용화할 방법을 찾을 거라 생각하는 입장도 있었다.

아미르 액설의 <얽힘>이 이 주제 관련한 책들 중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가타다 다마미의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 범람하는 우울증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낸다. DSM의 등장과 항우울제 산업의 팽창은 전혀 다른 동기에서 시작되었으나 시너지를 발휘하여 우울증 환자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데이비드 번스의 <관계 수업>, 헬렌 오데스키의 <굿바이 불안장애>는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연습과제를 던져주는 점이 좋았다.


이다혜의 <프리랜서로 일하는 법>은 한번 읽어두면 좋을 짧은 책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프리랜서가 될 운명이니 말이다.


클라아스 부쉬만의 <죽은 자가 말할 때>는 법의학자의 에세이다.

유성호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와는 꽤 다른 느낌이다.

법의학이라 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했는데,

독일 사회는 우리나라보다 꽤 안전한가 보다.

우리나라라면 화제도 되지 못할 사례 뿐이다.


아껴 읽던 셜록 홈즈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결국 끝내고 말았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불안한 사람들>도 읽었으며 (비추),

읽고 후회한 소설도 둘이나 된다.


김현진의 <내가 죽고 싶다고 하자 삶이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우울증 20년 경력이라면서 개그집을 낼 수 있다니, 그 내공에 경의를 표한다.

웃기는 게 유병재 농담집 수준이다. 적극 추천한다.


전라북도에서 만든 <에린 왕자>도 들었다.

<어린 왕자>를 전라북도 사투리로 읽은 오디오북이다.

사투리가 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어야 하는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어린 왕자의 감성이 전라도 사투리와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2. 생산성


남들 다 쉬는 광복절에 일을 했으니 한 주의 시작이 상쾌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수요일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월요일에는 오후에 출근을 했고, 늦잠도 잘 수 있었으며,

이번 주는 5일이 아니라 4.5일 근무이니 훨씬 나은 것 아닌가.

그렇게 수요일부터 생산성이 올라간 것 같다.

뭐 특별한 일을 해낸 건 아니지만, 

그동안 미루고 있던 소소한 일들을 처리한 것만 해도 어디냐.



3. 야구


타격감이 날아다니는데 우취라니...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지금 조창인의 <가시 고기>를 다시 읽고 있는데,

주인공 꼬마가 좋아하는 팀이 나와 같다.


<아즈망가 대왕> 한국어판에서 치요가 좋아하는 팀도 역시 그 팀이다.

(물론 <아즈망가 대왕>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캐릭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오사카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여성, 남성의 판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