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대청소를 끝내고 나니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1. 책
학생 시절, 나는 고전만 읽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의 시험을 통과한 작품들이라는 단순한 논리였다.
<말테의 수기>를 읽다가 포기하면서, 그 믿음이 좀 흔들리기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난 그 생각을 유지했다.
평생 고전만 읽어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의 10%나 읽을 수 있을까.
요즘은 심리적으로 힘들어 책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평점이 웬만하면 일단 읽어보는 편이다.
그러다가, 이번주에 아주 된통 당했다.
도대체 이런 책들은 왜 존재하는 거지?
이번 주에는 7권을 읽었는데, 무려 두 권에 1점을 매겼다.
1점의 의미는,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다.
하지만 불운은 행운과 같이 오는 것인가.
무려 4권에 5점 만점을 매겼다.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 조창인의 <가시고기>, 조한경의 <환자 혁명>, 이상원의 <가장 쉬운 8체질 진단>이 그들이다.
<가시고기>는 다시 읽어봐도 정말 명작이고,
<노예 12년>은 내가 모르던 세계에 눈 뜨게 해 주었다.
<환자 혁명>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8체질>은 그동안 명칭 (금음, 금양, 토음, 토양) 때문에 헷갈리던 8체질 이론을 합리적, 체계적으로 설명해서 정리하기 좋았다.
소설이 넷, 의학 둘, 생산성 하나.
이 책 커버를 찾으려고 검색을 하니, 각종 찌라시(언론이라 말하기 창피하다)가 저자를 공격한 글들이 상위권에 나온다. 정말 돈의 노예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는 파렴치한들이다.
조한경 화이팅!!
2. 아침 산책
몇 개월만에 아침 산책을 했다.
아직 8월인데 땀이 별로 나지 않았다.
오랫만에 새들도 보고, 이름 모를 꽃도, 풀도 보니 반가웠다.
오늘 본 왜가리는 지난 봄에 봤던 그 새끼가 자란 걸까.
홀로 개천에 발을 담근 채 물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다.
3. 생산성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그 순간에 엄청난 생산성의 씨앗이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 순간은 멍 때릴 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