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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18. 2022

이제, 소설

[책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은 아니다.

다만, 그가 너무 많은 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 수에 비례하는 만큼 내가 읽은 책 목록에도 그의 책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의 광팬이며 (다섯 번은 읽은 듯)

<백야행>을 무척 무척 좋아한다. (물론 소설보다는 드라마 쪽이다.)

내가 야마다 타카유키와 아야세 하루카의 팬인 이유는 <백야행>이 8할은 넘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나는 그의 소설을 10편도 넘게 읽었지만, 아마 그의 모든 작품 중 10%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내가 접한 그 어떤 작가보다 다작 작가이며, 그 엄청난 다작에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천재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로 써대면 맞춤법 교정하는 것만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 들어갈 것이다. (문하생이 하겠지만.)


그러나 다작은 다작.

모든 작품이 좋을 수는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마찬가지다.

<나미야>가 감동의 쓰나미라는 점에 대해서는 나 말고도 증언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에 비하면 감동이 덜하지만, <백야행> 역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용의자 X의 헌신> 역시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작품이며, 추리소설적 재미도 꽤 있는 편이다.

<위험한 비너스>처럼 재미없는 작품에도, 독특한 캐릭터라는 보석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는 나를 실망시킨 적도 많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로 망작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방과 후> 같은 소설들은 도대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재미없다.

갈릴레오 시리즈는 추리라고 나오는 것들이 재미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대신 캐릭터가 있다!)


무엇보다, 딱 틀에 맞춰서 찍어내는 느낌인 소설들을 하나둘 만나게 되는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나미야 잡화점과 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 매우 다르다는 점은 다들 인정할 것이다.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그의 소설 패턴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 소설은 뭔가 다르다.

뭐가 다른가 하고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해피 엔딩이라는 아주 독보적인 특징이 감동의 원인일까?

아무튼 이 소설에 나오는 범죄는 (납치가 있기는 하지만) 악질적이지도 않고 흉악하지도 않다.


<편지>는 그나마 진실이 드러나는 종반부라는 특징조차도 없다.

<나미야>와 마찬가지로 잔잔한 전개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예 없다.


작가의 원숙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편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 (다작) 작가에서 원래적 의미의 소설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헐... 2003년 작품이었다


***


지금까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무순)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한여름의 방정식

라플라스의 마녀

방과 후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

녹나무의 파수꾼

동급생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변신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위험한 비너스

편지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그대 눈동자에 건배

범인 없는 살인의 밤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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