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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필승총 220929

by 히말

박영서,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사람 사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진리를 다시 보여주는 책. 조선 사람들이 편지를 그렇게 많이 썼고, 한글 편지를 자주 썼으며, 그걸 보관해서 후손에게까지 남겼다는 사실이 놀랍다. 원문은 사진으로 보여주고, 내용은 현대어로 풀어써서 읽기 편하다. 생각보다 조선 시대에도 경제 활동이 활발했고, 특히 과거 시험이나 관직 생활 때문에 집에 없는 가장을 대신해 아내들이 가정 경제를 관리한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과거 시험을 보러 떠난 남편에게 여비로 쓰라고 옷감을 보내면서, 돌아올 때 비녀 하나 사달라고 써보낸 아내의 편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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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웅,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교과서 다시 한 번 읽는 느낌이다.역사를 이렇게 재미없게 쓰는 것도 재주인 듯.


- 갑신정변의 행동 대원으로 민가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죽인 서재필은 이 행동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서재필은 자신이 13세에 장원급제를 했다는 거짓말도 하고 다녔다. (사실은 20세에 3등 했음.)


- 개항 당시 최대 히트 상품은 옥양목(서양옷감)과 짜장면이었다.


- 단발령 당시 사대문에는 가위를 든 순검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서울로 들어오는 상인의 발길이 끊겨 서울 물가가 폭등했다.


- 국채보상운동으로 모았던 돈은 결국 조선총독부에 빼앗겼다. - 역시 모금 운동은...



히가시노 게이고, <방황하는 칼날>


소년범죄라는 엄청 열받는 주제를 다루는 소설이라 읽기가 좀 꺼려졌으나, 지인 추천으로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백야행>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용의자 X의 헌신>에 비벼볼 만한 퀄.


- 잘못된 길에 들어선 소년을 갱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자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그에 대한 고민이 현재의 법에는 빠져 있다.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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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버크먼, <메이커스 랩>


창작이란 목표한 대로 성취하는 일직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창작자와 창작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낳는 결과물이다. 이 한마디를 하려고 창작 각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똑같은 내용을 무한반복하는 아주 따분한 책.


-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도사 호르헤에게 도서관을 맡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살인자가 될 줄 몰랐다. 그는 자기 뜻대로 행동했다."


- 각색과 퇴고는 거의 비슷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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