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잭 런던, <야성의 부름>
*** 아주 센 스포일러 포함하고 있습니다 ***
시고르 자브종인 벅(Buck).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길러지던 애완견이었으나, 어느날 팔려가 썰매견이 된다.
본격적으로 일에 투입되기 전에, 벅은 복종하는 훈련을 받는다.
훈련 방식은 간단하다. 바로 몽둥이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빨간 스웨터 사나이는 벅의 가슴속에 하나의 강렬한 이정표로 남는다.
이 이미지는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역경을 만날 때마다 등장하여 그를 승리로 이끈다.
벅은 이것을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이라 부른다.
그리고 벅은 몽둥이와 엄니의 야만성 사이에서 야성의 부름을 처음 듣게 된다.
***
벅은 썰매개들의 우두머리인 스피츠와의 오랜 암투와 사투 끝에 그를 물리치고 대장의 자리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피츠의 '엄니'는 물론 인간 주인들의 '몽둥이'도 견뎌야 했다.
개들은 스피츠의 자리를 그가 차지하는 것을 인정했으나, 인간에게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프랑수아의 판단으로는 솔렉스가 우두머리 개로서 가장 적당했던 것이다. 울화가 치민 벅은 솔렉스에게 덤벼들어 그를 쫓아내고 그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섰다. (96쪽)
엄니로 스피츠를 압도한 벅이었지만, 인간의 몽둥이를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벅은 개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우두머리가 아닌 자리를 거부하며, 몽둥이를 피해 도망다니고, 우두머리 자리만 내준다면 인간의 권위에 복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했다.
***
벅은 다시 팔려간다. 이번 일은 보람과는 거리가 먼 중노동이었다.
벅은 모닥불 옆에서 과거를 회상해보지만, 더욱 그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조상의, 야성의 부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힘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그의 몸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다시 빠르게 되살아난 본능이었다. (107쪽)
계속된 중노동으로 몸무게가 52kg까지 빠진 벅은 다른 개들과 함께 또 다른 주인에게 팔린다.
그들은 핼, 찰스, 그리고 머시디즈.
처음으로 우편 배달업에 도전한 사람들이었고, 이들의 무계획과 미숙함으로 벅은 죽음 직전까지 간다.
얼음이 깨질 거라 말하는 현지인들의 경고에도 주인들은 개썰매를 움직이려 했고,
벅은 얼음이 깨질 것을 예감하고 몽둥이 찜질을 받으면서도 전진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때 갑자기 존 손튼이 예고도 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지승의 울부짖음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151쪽)
자기 목숨을 걸고 몽둥이에 맞아 죽을 벅을 지켜주는 손튼.
결국 핼은 벅을 포기한 채, 다른 개들만을 이끌고 얼음을 향해 나아가고,
얼음이 깨지면서 모두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
손튼은 사랑으로 벅을 돌보았고, 벅은 70kg의 우람한 덩치를 다시 되찾는다.
어느 날 손튼은 벅이 1000파운드의 짐을 끌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다가 내기에 휘말린다.
기적과 같이 1000파운드의 짐을 지고 100야드를 전진한 벅.
손튼은 이 내기로 큰 돈을 벌고 금광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전화위복인가.
벅이 사슴 사냥에 몰두한 사이, 손튼은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죽고 만다.
손튼의 복수를 마친 벅은 야생으로 돌아가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
인간의 사랑만 있으면 되었던 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혹한 환경으로 내몰린다.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여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벅이었지만,
그는 손튼이라는 사람의 사랑 안에서 다시 행복을 발견한다.
마침내 벅은 야성의 최대치를 시험하는 거대 사슴 사냥에 성공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죽어가는 손튼의 곁을 지키지 못한다.
손튼이 죽지 않았다면, 벅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었을까?
<야성의 부름>이 니체적 초인간을 그린 것이라면,
초인간의 완성은 사랑의 단절을 필요로 한다.
결국 그 길은 홀로 가야 하는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