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루투스의 심장> 대 <게임의 이름은 유괴>
<브루투스의 심장>을 읽을 때,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목 마른 상태에서 물을 들이키듯 마구 들이켰다.
그런데 마무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도 거의 최악에 가깝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지루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소설을 이렇게 느리게 읽은 적도 없는 것 같다.
꾸역꾸역 읽었더니, 마무리는 나름 괜찮다.
(이 정도를 괜찮다고 말할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내 기대 수준이 내려간 탓도 있다.)
<브루투스의 심장>에 나는 3점을 매겼고,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는 4점을 줬다.
끝까지 읽고 나서 평점을 매기다 보니, 아무래도 끝부분에 대한 기억이 평점을 좌우하는 걸까?
객관적인 즐거움의 총량을 생각해보면, <브루투스의 심장> 쪽을 높게 매겨야 한다.
<브루투스의 심장>을 80% 읽을 때까지 나는 다음 문장을 애타게 갈구했다.
너무 즐거웠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80%까지 읽는 데 내가 발휘한 인내심은 정말 경이적이다.
도중에 그만두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너무너무 재미없고 뻔한 전개였다.
역시,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건 허상에 가깝다.
2. 점점 내려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균 평점
<수상한 사람들>을 읽었다.
나는 특히나 추리 소설이나 SF에서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이나 테드 창과 같은 대단히 훌륭한 예외도 있으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이들 장르에 있어
단편이란 분량에 담기는 아이디어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저 책을 읽었으니 나의 실책이 맞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다.
제목만 보고 나는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를 떠올렸다.
<애프터 다크>에 추리성을 약간 더한 단편집 아닐까 생각한 거다.
결론은 뭐, 망했다.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접했다면,
다시는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3. 바닥 밑에는 지하실
주식 시장에만 그런 게 있는 건 아니다.
웹소설을 하나 읽었다.
<완결>된 웹소설 중에 그나마 평점 제일 높은 걸로 읽었는데,
고문이 따로 없었다.
바닥 밑에는 지하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