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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07. 2022

진보가 더 극단적이다?

[책을 읽고]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4)

저자의 설명


WEIRD, 그러니까 스탠다드한 교육받은 선진국 시민이라면 대체적으로 진보적 세계관, 그러니까 자유, 평등, 박애에 관심이 많다. (헛, 프랑스 국기?) 그런데 이걸 조금 더 분석적으로 보면, WEIRD는 개별주의적 세계관을 공유한다. 세상이 관계보다는 별개의 사물로 가득하다고 본다는 거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동양의 집단주의적 사고와 서양의 개인주의적 사고에서 후자를 얘기하는 것이다.


<바른 마음>의 두 번째 원칙은 이렇다. 진보는 도덕률의 5개 주제 중 딱 두 개만 신경 쓰는데 비해, 보수는 5개를 골고루 사용한다는 것이다.


5개 주제는 다음과 같다. 배려,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



배려는 타인에 대한 배려다.


공평성이란 좀 미묘한데, 진보 쪽에서는 대체적으로 평등성을 뜻하지만 보수 쪽에서는 비례성을 의미한다. 정확히 일대일 대응은 아니지만 결과의 평등 대 기회의 평등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자, 이제 어려운 개념이다. 우선 충성심. 나는 충성심이야말로 악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타인에게 가장 잔혹한 행위를 할 때 사람들은 충성을 내세운다. 종교적 근본주의에 대한 충성, 국가에 대한 충성, 가문에 대한 충성, 오야붕에 대한 충성...


그러나 충성심은 양반이다. 권위, 그리고 <고귀함>이 도덕적 가치라고? 권위는 사회적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서 저자의 주장을 그냥 쓰기가 어렵다!) 고귀함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권위가 사회적 질서라면 고귀함은 보통 종교적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된다. (도움, 그래 도움이 된다고! 필수적이라는 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약자를 깔아뭉갤 수 있다고!)


결론. 진보는 배려와 공평성(평등)으로 도덕률을 만든다. 보수는 5개를 골고루 (배려는 쥐똥 만큼만) 섞어 만든다.


중요한 교훈은 이거다. 보수가 진보보다 넓은 세상을 본다. 그래서 캔자스가 공화당에 투표하는 거다.



나의 생각


보수가 5개 가치를 골고루 섞어 쓴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보수는 배려를 무시한다. 아주 예외적으로만, 예를 들면 장애인은 배려하지 않지만 상이용사는 배려하는 식으로만 배려한다. 상이용사를 배려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충성심에 대한 보상이다. 진보가 쓰는 배려라는 단어와 같은 단어가 아니다.


공평성은 더 심각하다. 저자도 말하듯 진보에게 평등인 공평성은 보수에게 비례성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비례성은 결과를 가지고 거꾸로 유추한 것이다. 예컨대 노숙인을 보면 보수는 게을러서 그렇게 됐다고 추론한다. 아무런 조사도 없이 말이다. 보수에게 공평성은 그냥 세상이 공평하다고 말한 다음에 붙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 꼴이다.


충성심, 권위, 고귀함(신성함)이 도덕적 가치라는 명제는 일단 증명부터 필요한 것 아닌가?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인도에서 성차별이 사회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현상 유지를 우선 과제라고 생각했을 때뿐이다. 


지금 인도에 필요한 것은 사회 질서의 현상 유지가 아니라 사회 질서의 개선이다. 그런 진정한 과제 앞에서, 충성심, 권위, 고귀함은 방해물일 뿐이다. 앙샹 레짐을 수호하는 사냥개들일 뿐이란 말이다.




소결 (절충)


뭐 어쨌든, 보수가 이야기를 더 잘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비결이 5가지 재료에 있다고 하면, 적어도 그 레시피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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