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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08. 2022

자유와 분노

[책을 일고]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5)

자유와 공평성에 관한 보충수업


저자는 진보와 보수의 도덕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제2부의 끝부분에서 중대한 수정을 가한다.


첫째, 기존의 5개 레시피에 '자유'라는 가치를 더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고 압제에 반항한다.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만 그런 게 아니다. 보수주의자는 종종 '나를 짓밟지 마라'라고 항변한다.


둘째, 비례의 원칙에 따라 공평성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비례의 원칙은 출발선의 평등을 뜻하고, 결과는 노력에 비례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코드다. 인과응보에 어긋나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 우리는 분노한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라 할지라도 비례성에 기반한 공평성이 충족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땐 그랬다


진보, 자유, 보수의 3진영


오늘날 정치는 어느 나라든 양극화되어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자유주의자(liberalist), 그리고 전통적인 의미의 보수주의자(conservatist)다.


자유주의는 간단히 말해 올드해진 좌파다. 100년 전에는 국가의 압제로부터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러나 현대의 좌파는 그것보다 더 행동지향적인 방식으로 공평한 분배를 원한다. 지향점이 다른 것이다.


전통적 보수주의는 무엇보다 전통 수호와 현상태의 유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와는 또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진보, 자유, 보수의 3진영으로 구분하여 정치 스펙트럼을 설명한다.


진보는 배려, 자유, 공평성 기반에 의지한다. 자유는 무엇보다 자유를 중시한다. 보수는 여섯 가지 기반을 모두 사용하지만 배려를 희생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캔자스 대학교의 마스코트, 제이호크


그래서, 캔자스는 뭐가 문제일까


2004년에 혜성 같이 등장한 <캔자스는 뭐가 문제인가?>라는 책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한때 진보의 요람이었던 캔자스가 왜 공화당에 투표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려 한 책이다. 이 책의 결론은, 공화당의 화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감세당의 언변에 놀아난 것이다. 감세가 자기들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바른 마음>은 그 결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도덕성 기반 이론'에서 보면, 시골 지역과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사실 자신들의 도덕적 이해에 따라 투표하고 있는 것이다. (520쪽)


저자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 내가 대신 말하겠다. 미국의 가난한 백인들은, 흑인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참을 수 없어 공화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공화당이 그들을 더 가난하게 하더라도, 적어도 흑인들을 배려하는 꼴은 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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