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17
1. 책
12권.
일주일에 한 번씩 <노인과 바다>를 읽을 정도로 헤밍웨이 광팬이 되는 바람에,
<무기여 잘 있거라>를 또 읽었다.
내가 헤밍웨이를 원래 어느 정도로 안 좋아했냐 하면,
이 책이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헷갈릴 정도다.
<종>도 별로지만 <무기>가 최악이었는데, 그걸 또 읽다니.
예전에 비해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아니었다.
<동물 농장>은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
정말 재치 넘치는 작품이지만, 내게는 <1984>가 더 낫고,
그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 조지 오웰의 산문들이다.
김시덕의 책을 두 권 읽었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부동산 책이다.
인문학적 요소가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만나다>는 역사서다.
명청 교체기를 다룬 연극이 오사카에서 17개월 연속 상연되었다든가, 일본 인기 가부키에 김시민 장군이 핵심 인물로 나온다든가, 일제 시대에 부루마블처럼 생긴 대동아 주사위 게임이 나왔다는 대목에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도 시대부터 일본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니.
역사는 과연 흥미 이상의 것이다.
<명랑 철학>은 니체 철학을 다룬 책인데, 책 서두에서 선언한 명랑함을 끌고 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법륜 스님의 <답답하면 물어라>를 몇 개월에 걸쳐 드디어 끝냈다.
즉문즉설을 그대로 풀어낸 책은,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이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즉문즉설은 영상으로 보는 것이 나은 듯.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는 재미없었는데, 이번에는 재미있었다.
느낀 점도 좀 있어서, 가볍게 적어볼 예정이다.
카프카 단편선도 하나 읽었다.
<변신>이 타이틀로 들어 있어, 다시 읽었고, 이건 언제 읽어도 좋다.
그러나 나머지는 상당히 김 빠졌다.
<변신>의 깔끔함은커녕, <성>, <심판>에서 보여주는 고구마 느낌조차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 파수꾼>도 다시 읽었다.
기록을 찾아보니 2년 전에 읽었던데,
그 사이에 뭐가 달라진 걸까.
당시만 해도 그냥 평작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좋았다.
나머지 세 권은 아쉬운 책들.
그래도 <문장 교실>은 청소년 글쓰기 교재로 괜찮을 듯하다.
2. 눈
눈이 징하게 오는 한 주였다.
특히 오늘 아침.
500미터 밖에 안 되는 스벅을 오늘은 안 갔다.
눈이 펑펑 내리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청소하면서 바라보는 창밖의 눈은 보기 좋았다.
3. 청소
자기효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청소라고 한다.
오늘은 눈에 갇혀 스벅에 못 가는 바람에,
평소에 하는 주말청소에 더해서
욕실과 세탁실 바닥, 그리고 욕실과 싱크대 배수구를 청소했다.
어제 저녁에는 오븐 내부를 알코올스왑이 샅샅이 닦았다.
청소는 힘들다.
그보다,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하고 나면 참 기분이 좋다.
4. 사랑 노래
The Pretty Reckless 노래들을 듣다 보면, 가사가 사랑 타령인 경우가 많다.
하드 락을 표방하는 밴드로는 좀 이례적이다.
보컬의 미모가 셀링 포인트인 밴드이다 보니, 시너지를 내려고 사랑 타령을 한다.
예쁜 여자가 사랑에 실패했네, 버림 받았네 하는 말을 하니 호소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참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Heart>(제목이 Never인 줄 알았다 ㅋㅋ)나 <You>는 좀 심하지 않나.
그래도 음악이 좋으니 자꾸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