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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29. 2022

마음의 탄생 - 중언부언

[책을 읽고]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끼고 아는 존재> (2)

개관


용어 정의 과정에서 다마지오의 이론을 개관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원래 이런 논의는 중언부언이 필요악이다.


느낌과 '의식 있는 마음'은 세 가지 종류의 데이터가 상호작용한 결과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우리 내부 장기(항상성)에 관한 모니터링 데이터, 그리고 우리의 신체 경계(근골격계)에 관한 감각이 그것들이다.


첫 번째 입력, 즉 외부에 대한 감각은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감각이란 단어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다마지오는 데이터의 수용, 즉 감지(sensing)라는 단어에 가깝게 이 단어를 정의한다.


이 감각은 비명시적 지능(non-explicit intelligence)의 핵심이다.

모든 생명체는 감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받아들인 외부 데이터를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처리해서 생존 확률을 높인다.

그 알고리즘이 비명시적 지능이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은 명시적 지능과 더불어 비명시적 지능 역시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층위는 생명체로서 유지해야 하는 항상성에 관한 감각이다.

다시 말해, 나라는 유기체의 시스템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에 관한 감각이다.

유지가 잘 되는 경우라면 행복감, 유쾌 등으로 나타나고,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불쾌, 불안 등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신경계라는 별도의 체계가 다스린다.

신경계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정보 시스템이다.

따라서 고등 생물에서만 발달했다.


뇌를 핵심으로 하는 신경계는 완전히 몸의 영역 안에 위치하며, 몸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몸과 신경계는 직접적이고 풍부한 상호작용을 한다. 느낌은 몸에 대한 지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몸과 뇌 모두에 대한 지각이 합쳐진 혼합물인 것이다. (42쪽)


세 번째 층위는 근골격계에 관한 감각이다.

어디까지가 나의 내부이고 어디부터가 나의 바깥, 즉 세계인가에 관한 감각이다.

의식이란 것은 주체적 관점이 있어야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시스템의 경계에 관한 감각이 필요하다.

다만, 이 책에서 이 층위에 관한 설명은 거의 생략되어 있다.

조만간 그의 다른 책을 접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느낌(feeling)이다.

느낌은 외부에 관한 감각과 내부 항상성에 관한 감각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확장되고 축적(기억)되어 '나'라는 존재, 즉 관점을 형성한다.


관점이 확립된 마음을 다마지오는 '의식 있는 마음'이라 부른다.

우리가 보통 마음이라 부르는 그것으로,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는가 아닌가를 우리는 궁금해한다.

당연하지만, 다마지오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느낌의 필수 요건이미지


다마지오는 심적 이미지(mental image)를 만드는 기능을 마음작용(minding)이라 부른다.

개인적으로 이 단어의 정의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마지오의 이론은 그의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다마지오는 이미지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쓰는데, 이미지란 마음을 구성하는 심적 패턴(mental pattern)을 지칭한다.

즉, 이미지란 감각으로 얻은 모든 패턴을 의미한다.

당연히 시각, 청각, 촉각, 내장감각 등 모든 종류의 패턴을 포괄한다.


명시적 지능의 과정은 유기체가 유기체 안에서 이미지 패턴을 구축하고 저장해야 일어날 수 있다. (84쪽)


명시적 지능의 최하 수준은 일부 박테리아부터 가지고 있는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 능력이다.

특정 공간,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다른 유기체들의 개체 수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다른' 유기체의 숫자를 파악하려면, 당연히 나와 세계의 경계를 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명시적 지능이란 피아의 구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주의할 것은, 피아의 구분을 이 유기체가 직접 인지하는지(즉, 앎을 아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식물이나 박테리아는 비명시적 지능으로 살아간다.

마취제를 주입하면 식물이나 박테리아는 생명 활동을 중지하고 일종의 동면 상태에 돌입한다.

이는 마취제가 영향을 주는 대상이 마음이나 의식이 아니라 감각 그 자체임을 증명한다.

즉, 마취제는 마음이 아니라 그 전구체에 영향을 주어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



느낌의 탄생


감각은 느낌을 유도한다.

예컨대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 쾌적한 의자 같은 식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는 풍경과 의자에 대한 감각으로 촉발된 우리 내부에 대한 감각이다.

나라는 유기체의 웰빙이 어떤가, 즉 항상성에 대한 피드백이다.


즉, 느낌은 쌍방향 지각(interactive perception)이다.

불쾌한 느낌은 우리의 웰빙에 좋지 않은 상황을, 유쾌한 느낌은 좋은 상황을 나타낸다.

우리는 단지 불쾌한 느낌을 회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느낌을 추구한다.

느낌의 역할은 피드백이다.


즉, 느낌이라는 되먹임 정보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항상성을 최적화하는 뭔가를 하려는 욕구와 동기를 가진다.


몸 내부의 상황, 즉 항상성 관련 감각은 내수용감각계를 통해 몸에서 신경계로 전달된다.

내수용감각계가 가지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 때문에, 느낌과 느껴지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거의 없다.


첫째, 내수용감각계 대부분은 수초, 즉 미엘린에 의한 절연이 없다.

즉, 시냅스 말단뿐 아니라 축삭 전체가 신경 물질을 전달받을 수 있다.


둘째, 신경 활동을 혈액순환과 분리하는 장벽이 없다.

이 장벽은 중추신경계에서 BBB(혈액-뇌 장벽)로, 말초신경계에서 혈액-신경 장벽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두 종류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몸에서 발생하는 신호가 신경 신호와 섞이고,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다마지오는 이렇게 말해서 헷갈리는 이론을 더 헷갈리게 만든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마음에 의식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에게 의식이 있는 것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164쪽)


이제 의식과 앎의 문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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