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Dec 28. 2022

마음의 탄생 - 워밍업

[책을 읽고]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끼고 아는 존재> (1)

마음에 관한 탐구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다.


영혼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영생과 종교의 핵심 아이디어가 되기도 했고,

몸과 분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수많은 철학자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마음이 몸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이 몸의 부산물에 불과한지, 기능에 불과한지, 아니면 어떤 플러스 알파적 존재인지, 여전히 많은 궁금증이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곧바로 대니얼 데닛을 떠올렸다.

질문에 집중하는 데닛과는 달리, 저자는 조금 더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을 두 번 읽고 이 글을 쓴다.

읽을 당시에 같은 문장을 여러 차례 다시 읽었으므로, 적어도 4번은 읽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딱히 어렵게 쓴 책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로 이 책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나, 이 책은 그의 여러 책들 중 가장 얇은 책이며, 다른 책에서 다뤘던 내용을 생략하기도 한다.

둘, 다마지오는 많은 개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의한다.

셋, 그의 문장은 이해하기 편하지 않다.


세 번째 이유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그의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그러나 인식론의 끝을 달리는, 따라서 미묘한 차이라도 다 구별하면서 설명해야 하는 글이라는 건 쉽게 쓰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후설도 하이데거도 편하게 읽히지 않으며, 데닛도 어느 정도 그렇다.

중언부언 반복하고, 비슷한 개념의 차이를 재차 삼차 설명하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비유를 쓰는 것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단도직입, 쾌도난마인 사람이 있다. 노자.)



용어 정의


글에 용어 정의를 포함해야 하나 고민했다.

왜냐면, 용어 정의를 하다 보면 결국 다마지오의 이론 체계를 설명하게 된다.

즉, 중언부언하게 된다.


정서(emotion)는 뉴런을 활성화하는 모든 자극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추위 같은 외부 자극도, 배고픔 같은 내부 자극도, 수치심 같은 사회적 자극도 모두 정서를 촉발한다.

단지 화학적 반응을 지칭할 뿐, 아무런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없는 개념이다.


마음(mind)이란 심적 이미지(mental image)의 집합이다.

여기에서 이미지란 감각으로 파악되어 저장되는 패턴을 의미하며, 그 원천이 시각이든 청각이든 항상성에 대한 감각이든 상관없다.


다마지오는 의식 있는 마음(conscious mind)을 의식 없는 마음과 구별한다.

우리가 보통 마음(mind)이라 부르는 개념을 다마지오는 의식 있는 마음이라 부른다고, 나는 이해한다.


느낌(feeling)은 다마지오의 핵심 개념이다.

외부 감각과 내부 항상성 감각의 상호작용 결과로 나타나는 마음 상태가 느낌이다.

느낌에 의해 유기체는 자기와 타자를 구별한다.

세계와 나 사이에 경계가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 번째의 감각, 즉 나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인 근골격계에 대한 감각이 개입한다.


의식(consciousness)은 느낌을 자각하는 상태다.

이는 깨어 있음과는 다르다.

깨어 있음은 심적 이미지들을 관찰할 수 있는 상태다.

자고 있을 때, 우리는 깨어 있지 않지만 의식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의식에 의해 유기체는 마음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한다.


감각, 정서, 심적 이미지들(=마음), 느낌이 세계와 경계 지어진 '나'의 것이라는 걸 앎(knowing)으로써 그렇게 한다.

이제 '의식 있는 마음', 즉 우리가 보통 마음이라 부르는 것이 완성되었다.

세계와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주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그 주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둔필승총 2212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