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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an 10. 2023

인플레이션이 온다

[책을 읽고] 찰스 굿하트, <인구 대역전> (1)


인플레이션이 온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은 2021년 4월에 나온 책이고, 쓰여진 것은 2019년이다.

"내가 뭐랬어?"라고 할 자격이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모든 나라가 돈을 풀었다.

그러나 그때는 별일 없었다.

물론, 코로나19에 대응해서 돈을 살포한 것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인플레이션 폭발은, 사상 최강으로 돈을 풀었기 때문일까?


이책은 다르게 대답한다.

지난 30년간 물가 압력이 없었던 이유는, 세계화와 인구 보너스 때문이었다.

두 가지 힘이 모두 역행하는 지금,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예상해야 한다.



 미래는 지금까지와 다른가


영국의 채권 금리는 무려 1600년대 말부터 기록이 남아 있다.

놀랍게도, 장기채권 금리는 1694년부터 1950년 정도까지 2.5%에서 5% 사이를 유지했다.

오일 쇼크 당시 15%에서 정점을 찍었고, 이후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지난 30년 간,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경제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통합된 경제에서, 중국이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를 즐겼다.


이제는 다르다.

중국 농촌의 도시 이동은 거의 완료되었고, 중국은 인구고령화의 선두에 서 있다.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한 나라라면, 생산인구 감소에 직면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인구가 둘뿐인 경제를 생각해보자.

한 명은 생산인구, 다른 한 명은 비생산인구다.

생산인구 씨는 혼자서 두 명이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반면, 비생산인구 씨는 소비만 할 뿐이다.


즉, 생산인구는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하며, 비생산인구는 그 반대다.

생산인구는 디플레적이고, 비생산인구는 인플레적이다.


앞으로,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비생산인구는 증가할 것이다.



예상되는 반론은 미리 반박한다


이 책은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서도 미리 반박한다.


첫째,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당시 세계화를 통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즉, 세계화와 인구 보너스를 즐긴 국가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앞으로는 세계가 함께 늙어가므로, 그런 도피처가 없다.


둘째, 인도나 아프리카가 중국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나라면 이런 주장, 그냥 웃고 넘길 것 같지만, 저자들은 경제학자니까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인도와 아프리카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여러 가지가 부족하지만, 저자들은 특히 행정력의 부재를 들고 있다.


신흥경제가 선진경제로 변신하지 못하는 것 또한 행정력 함정에 빠져서이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져서가 아니라고 본다. (360쪽)


셋째, 필립스 곡선이 훨씬 평평해졌다는 주장이 있다.

즉, 실업률과 별 상관없이 인플레이션 정도는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그러나 장기 필립스 곡선이 수직이라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사실이다.



대책은 뭔가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그러나 그 독립성은 법에 의한 것이고, 법은 정치권이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서로를 도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을 재정당국이 좋아할 리 없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이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헤쳐나갈 방법은 없을까?

저자들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환상적 조합, 그리고 새로운 세수 증대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전자는 웃기는 얘기니까 생략하고, 두 번째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새로운 세금은 토지세, 탄소세, 국경세이고, 법인세는 징수 방법을 바꿔야 한다.


법인세는 본사소재지가 아니라 매출발생지에서 부과해야 한다.

조세피난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


탄소세는 (또한 웃기는 얘기니까) 생략하겠다.

토지세도 생략한다. 헨리 조지가 이미 할 얘기 다 했다.

토지세를 도입하면 미국은 공산국가라 불리게 될 것이다.



나는 국경세도 보자마자 웃긴다고 생각했다.

잘 몰랐지만, 나는 골수 자유무역주의자였나 보다. (국경세는 WTO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자유무역은 파이 크기를 늘리기만 했을 뿐, 빈부격차는 나락으로 보냈다.


국경세는 이름만 바꾼 관세의 부활이다.

그러나 관세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주입당한 관념일 뿐이다.


물론 국경세도 문제는 있다.

소비세와 거의 같은 것이기 때문에, 역진적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

저자들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몇백 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보상을 해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았다. (233쪽)



소결


우리의 미래는 인플레이션으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대책은 말이 안 되거나 현실성이 부족하다.

대책은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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