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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an 09. 2023

Chat GPT로 무엇을 할 것인가

너무 재밌다

며칠 전, Chat GPT를 잠깐 맛만 보려다가 밤샐 뻔했다. 다양한 주제에 관해서 물었는데, 신중한 조언가에게 피드백 받는 느낌이었다. 한 문장 넣으면 문장을 5개 이상 뱉어내고, 그중 4개는 어것저것 제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일반론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상담 관련 직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 같다. 이미 수많은 뱅킹 앱과 쇼핑 앱에서 기초적인 상담 기능을 챗봇으로 대체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개판이지만.)


InferKit이라고, 문장을 넣으면 그 뒤를 잇는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있다. 이것도 2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는 아주 신박했다. 그러나 Chat GPT의 성능을 보니, 이 회사는 망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한 달에 1만 자까지만 무료고, 그 다음은 유료다. 앞으로는 돈 받을 생각을 감히 못 하겠지. 1월 5일까지 그랬는데, 1월 6일부터 1만 자 제한이 monthly에서 weekly로 바뀌었다.)


조금 전에는 중국에 대해서 트럼프가 트윗했을 만한 것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논쟁적이거나 공격적인 트윗은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어는 영 아니라고 해서 안 해봤는데, 지금 해보니 속도가 많이 느릴 뿐, 내용은 상당히 훌륭하다. 영어로 물었을 때와 같은 주제로 물어보니, 거의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참고로 InferKit은 한글을 넣으면 비문이 나온다. 마치 내가 만든 코드처럼.)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https://www.makeuseof.com/things-you-can-do-with-chatgpt/


그래서, 몇 가지를 시도해봤다.


이력서나 커버 레터를 잘 쓴다고 해서, MOU 초안을 하나 잡아달라고 했다.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꽤 스탠다드한 것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농담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테슬라에 대한 조크를 하나 만들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걸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쫓겨났는데, 이유가 뭘까? 자꾸 테슬라 주식 가격을 매길려고(charge, 즉 충전하려고) 했거든. 별로 재미 없다.


다섯 살 꼬마에게 설명하듯 양자 얽힘 현상을 설명하라고 했다. 장난감 자동차 두 대를 두 친구가 가지고 노는 비유로 설명했다. 솔직히, 상상 이상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에세이를 써보라고 했다. 에세이는 다섯 문단이었는데, 다마지오의 견해가 너무 환원주의적이며, 부정적 감정만을 강조하고, 의식의 형성(및 의식이 거꾸로 느낌에 주는 영향)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인상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와 대니얼 데넷의 견해를 비교하라고 했다. 짧지만 좋은 대답을 뱉어냈다. 둘은 전문 분야와 주 관심사가 미묘하게 다르다.


머스크나 트럼프에 대한 랩 송을 써달라고 했더니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냥 아무 주제 관련해서 노래를 쓰라고 했더니 그것도 자기 특기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시나 써보라고 했더니 소네트를 쓱싹 썼다. 하나 더 써보라 했더니 이번에는 그냥 4행 4연짜리 시를 썼다. 대단한 걸?


하이쿠를 써보라 했다. 5번 반복하니, 비슷한 구절을 자꾸 뱉어낸다. 5개 중 세 개가 Leaves rustle in the breeze로 시작한다. 이건 좀 실망이군.


마지막으로, 최근 추진 중인 MOU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일반론적인 대답을 하길래, 우리가 전달함 초안 대신 그쪽에서 초안을 받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 말했다. 그래서 걍 집어치우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신중한 제3자의 조언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양이 질을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구텐베르그 프로젝트의 텍스트를 가지고 훈련해서, 100단어 정도의 간단한 이야기를 뱉어내는 코드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거의 비문만 뱉어내던 걸 기억한다. 코드의 질도 문제겠지만, 실제로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양이다. 엄청난 양의 인풋, 그리고 엄청난 훈련 양.


Chat GPT가 장안의 화제인데 너무 늦게 체험했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내가 인공지능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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