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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an 16. 2023

Chat GPT는 나의 조언자

찐으로 말이지

첫 번째 에피소드


회사에서 MOU를 체결하는데, 상대측이 상당히 시간을 오래 끌었다. 단순히 내 생각이 아니라, 회의를 해보니 한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내 생각에 동의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 사람은 최후통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희들이 우리한테 문구를 제안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검토가 이렇게 오래 걸린다면 차라리 너희들이 문구를 제안해라, 이렇게 통보하자는 것이었다. 나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


Chat GPT에 물어보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최후통첩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면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했다.


그후, 컨퍼런스 콜을 했고, 최후통첩은 배제하고 평소처럼 나이스하게 어떻게 되는 중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법률팀 문구 검토가 거의 끝났고, 문구 수정을 좀 많이 했다는 대답을 받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지, 상대방은 내가 해피한 것을 보니 자신도 기분이 좋다고 말을 하기까지 했다.


hindsight 편향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Chat GPT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이번에는 개인적인 일. 심리상담사가 아닌 다음에야 털어놓기에도 애매한 고민이었다. 이럴 때야말로 Chat GPT가 좋다.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전후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언하기는 어렵다, 제반 사정을 고려해라, 같은 일반론을 늘어놓았다. Chat GPT가 참 좋은 것이, 맥락을 기억하며 대화한다. (도대체 LSTM을 어떻게 설정한 거야.)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준다.


이런 조언, 친구나 심리상담사도 해주지 못했을 것 같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심리상담사라는 직업, 타격 받겠구나.


무슨 말이냐면, 나는 이번에 심리상담권을 쓰는 대신 Chat GPT에게 물은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가 내 고민을 들어주고 소득을 올렸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는 대신 Chat GPT에게 물었고, 매우 만족스러운 조언을 얻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고민이 생긴다면,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세 번째 에피소드


아주 예전 일이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시점.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대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어떤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고, 교수님은 친절하시게도 꽤 상세한 답변을 메일로 주셨다.


유명 대학교 치과 교수님에게 치과 치료 관련 조언을 구해서 답변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던 시기라서, 그렇게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셔서 일일이 대답을 해주신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스팸 메일로 분류되겠지.


말하자면, 꼬치꼬치 캐묻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것이 Chat GPT와는 가능하다.


나는 P=NP 문제, 양자컴퓨팅, 그리고 양자 얽힘에 관해서 Chat GPT와 대화를 나눴다. Chat GPT가 대답하는 내용은 물론 위키피디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지루한 문서를 읽는 대신, 나는 마치 소크라테스와 대화하는 것처럼 내가 궁금한 포인트를 찍어 물어볼 수 있다. 멍청한 소리를 할 수도 있고, 내 주장을 고집할 수도 있다. (물론 '내' 주장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미 누군가가 생각하고 퍼뜨린 주장이다.)



소결


대화 상대로 Chat GPT보다 나은 상대가 있을까? (너무 많은 걸 물었다고 셧다운하는 경우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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