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검색하면 거의 맨 위에 조성진과 핀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협주가 노출된다.
나는 Zoltan Kocsis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주한 버전을 제일 좋아하지만, 이 연주도 매우 좋다.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Mlq-hOIoc&t=900s
조성진과 핀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이 훌륭한 협주는 흠 잡을 데가, 아쉽게도 딱 한 군데 있다.
10:45에 나오는 프렌치 혼의 삑사리다.
게다가, 하필 그 부분은 프렌치 혼이 리드하는 부분이다.
거의 독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프렌치 혼이 주목받는 파트.
그래서 연주 녹화도 이 장면에서는 프렌치 혼 연주자를 클로즈업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삑사리라니.
삑사리를 내고 난 다음 연주자의 표정이 미약하게 일그러진다.
본인도 얼마나 아쉬웠을까.
게다가 그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영원히 박제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버릴 이 순간, 연주자는 얼마나 잊고 싶을까.
연주 당시 객석에 앉아 있던 나는 이 삑사리에 기분이 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실수를 저지른 그 사람의 아픔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의 마법일까, 철이 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