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감상] 이학, <격기3반>
<격기3반>의 84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약자 멸시>다.
주인공을 가로막는 불량배 몇이 쓰러지고, 벌벌 떠는 비전투원을 구원하러 불량배 팀의 원군이 도착한다.
그러나 그 원군조차 허무하게 패배한다.
지금까지는 비전투원에게 주먹 한 번 휘두르지 않았던 주인공.
그 비전투원, 즉 <약자>를 향해, 한때 약자였던 주인공이 일갈한다.
내가 네 친구들보다 약했다면 지금 바닥을 기는 건 나겠지.
네놈들은 무슨 대단한 업적이나 이룬 것 마냥 거들먹거리며 나를 조롱하고,
넌 고작 등을 떠민 주제에 그 등신 같은 우월감은 함께 누렸겠지.
한두 번 그런 게 아니지? 너는 늘 관중석에 있었지?
넌 싸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안전한 위치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폭력에 동조할 수 있었던 거야.
어차피 이럴 거면 시작을 말았어야지!
누구도 상처 입기 전에 피하고 도망쳤어야지!
<격기3반>은 매우 확고한 코어팬층이 존재하는 웹툰이다. 여러 가지 인기 요소가 있겠지만, 나는 주인공과 몇몇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과 대사들에 경탄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가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지만, 여주인공의 아픈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인 <탈>, 많은 사람들이 애정하는 <역광>, <영구> 등 에피소드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학교 폭력, 보다 일반적으로 무리 동물인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무리적 성질’을 정말 훌륭하게 표현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그림이 아니라 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