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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Feb 18. 2023

둔필승총 230218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설인 듯 실화인 듯, 한 사람의 범상치 않은 삶이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주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너무 유사해서, <테스>를 자꾸 생각하게 한다.



대런 애쓰모글루, <좁은 회랑>


지적 유희로 적절한,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책이지만 딱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 책. 밑줄은 엄청 쳤으나, 정리하려고 다시 보니 "그래, 이런 포인트 재미있지. 그러나 그게 뭐 생각할 거리가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지적 유희에서 끝나는 책.



김병규,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진정한 재활용책이다. 모든 내용이 두 번씩 반복되어 쓰여 있고, 어떤 것들은 세 번, 네 번, 다섯 번도 반복된다. 예전에 <*레기 책>이라는 제목의 쓰레기 책이 있었는데, 이건 또 새롭다.


- 미국 연구에 따르면, 해양 조류의 90%가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 우리나라 통계는 재활용 선별업체로 보내지는 순간 재활용된 것으로 간주한다.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40대에 파킨슨 병을 진단받은 김혜남 선생님의 이야기.


- 당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굉장한 행운아다. 그런데 기왕이면 당신이 그런 존재가 되어보면 어떨까.


-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컨디션이 좋아지면 뭘 할까 생각하고, 누워 있는 날에도 키우는 꽃과 나무에 새로 핀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본다.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빨리 감기라는 현상을 관찰하다가, 이것이 우리 소비 사회의 다음 단계의 징조라는 걸 발견한다. 기발한 통찰력을 엿보는 즐거운 경험이다. (설득력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간단히 말해, 넷플릭스는 정액제라서 많은 작품을 빨리 보는 게 이득이고, MZ(이라기 보다는 사토리)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욕심도 적고 돈도 없어 가성비를 추구하며,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보는 과다한 세상에서, 별로일지 모르는 작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빨리 감기를 하고, 결론을 미리 알고 싶으며, 남들이 요약해주는 영상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보통 속도로 1번 보는 대신 2배속으로 2번, 3번 보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좋은 영상으로 위안을 받고 싶은 심리는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처음에는 이것이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고, 다시 볼 때도 굳이 시간을 더 들일 이유가 없다.


나도 기본이 유튜브 2배속이라서, 십분 공감 가는 내용이다. (리디는 3.4배속, 윌라는 2.1배속이다.)


- 영상 제작자는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임을 전제로 제작해야 한다.


- 한 매체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의 50%가 1분 이상의 영상은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한다.


- 전혀 다른 현상으로 보이는 것들, 빨리 감기, 설명이 과한 작품의 증가, 경제 침체, 인터넷 발달 등이 실은 같은 뿌리로 이어져 있었다.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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