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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13. 2023

봄, 미니멀리즘

[책을 읽고] 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

마누카 꿀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손절했던 곤도 마리에. 운동 책이나 건강 책처럼, 미니멀리즘 책도 가끔 봐줘야 마음가짐이 새로워지기 때문에 집어들었다.


곤도 마리에는 엄청 유명하다. 서양인들의 책에서 이 사람 이름이 언급되는 걸 본 게 열 번은 된다. 대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지만, 가끔 비꼬는 듯한 표현도 만나고는 한다.


정리 정돈의 대가인 작가 곤도 마리에는 기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라고 말하면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불완전하다. (폴 블룸, <최선의 고통>, 14쪽)


이론이 불완전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부와 명성>을 얻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진정한 비꼼이다. 물론 폴 블룸은 인간 본성에 대해 다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작가이고, 이 책이 고통의 가치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은 감안해야 한다.


나는 사사키 후미오를 통해 미니멀리즘에 입문했고, 그의 책들이 곤도 마리에의 책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에 관한 생각들은 대개 비슷하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톨스토이 식으로 말하자면, 맥시멀리즘은 각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미니멀리즘은 대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기본 원칙


곤도 마리에의 기본 원칙은 딱 두 개다. 하나,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 둘, 물건의 자리를 정한다.


우선, 정리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생활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은가 생각해본다. 이언 로버트슨이 <뉴 컨피던스>에서 말하듯, 왜라는 질문은 생각을 넓혀준다.


물건의 자리를 정한다는 원칙에서도 알 수 있듯, 정리는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진행한다. 추천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의류 → 책 → 서류 → 소품 → 추억의 물건


각각의 카테고리 내에서도 세부 카테고리를 나름대로 만들어 순서대로 정리하는 게 좋다. 예컨대 의류라면,


상의 → 하의 → 아우터 → 양말 → 속옷 → 가방 → 소품(머플러, 벨트, 모자) → 이벤트 물건(수영복, 목욕가운) → 신발


다만, 신발 상자는 정리용품으로 쓸모가 많으므로 일단은 챙겨두자.



물건별 정리


모든 경우에서, 물건은 한 곳에 모아놓고 정리한다. 하나씩 만져보면서 설레는지 살펴보고, 이 물건이 자신에게 역할이 끝난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예컨대 스타일이 맞지 않는 옷이라면,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 그 옷의 역할이었던 것이고, 역할이 끝났으니 그 옷은 버려도 좋다.


또한, 옷을 비롯한 모든 물건은 세워서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게 하려면 옷은 작게 개야 한다. 옷을 많이 접어야 하겠지만, 옷의 주름은 위쪽의 무게에 눌려서 생기는 것이 더 많으니 걱정 말자.


서류는 원칙적으로 모두 버린다.


소품은 다음 순서대로 모아서 정리한다.


CD/DVD → 스킨케어 → 화장품 → 액세서리 → 귀중품(인감, 통장, 카드) → 기계류(카메라, 코드, 전기제품) → 생활용구(문구, 재봉용품) → 생활용품(약, 세제, 티슈 등 소모품) → 주방용품 → 식료품 → 기타


여분의 코드, 예비 단추, 손님용 이불은 사용할 일이 거의 없으니 버린다. 손님용 이불을 보관한다면, 주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선물은 선물 받을 당시에 이미 역할을 끝냈을 수 있다. 과감히 버린다.


본가를 추억의 물건 피난처로 삼지 마라. (뜨끔)


사진은 정리하기 어려우므로 맨 마지막에 정리한다. 노후에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일은 없다.


여분의 휴지, 세제 등을 쟁여놓을 필요가 없다. 미니멀한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궁리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수납 팁


신발 상자는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양말이나 스타킹을 담는 서랍 안 칸막이로 쓸 수 있고, 주방용품을 모아 두는 박스, 사용빈도가 낮은 제과용품을 모아 선반 맨 윗칸에 두는 용도로 쓸 수도 있다. 신발 상자 뚜껑은 쟁반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조리대 선반에 깔아 식용유나 조미료를 두고 쓰면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각 상자는 수납용품으로 쓸 수 있으니, 일단 모아두고, 정리가 끝난 다음에 버리자.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을 밤 사이에 담아 둘 상자를 하나 마련하자. 귀가 후 상자 안에 물건을 쏟아 놓고, 다음날 다시 챙기는 버릇을 들이자. (실용성과 이득이 의심스러운 조언이지만, 한번 시도해 볼까 한다.)



미니멀리즘 책은 가끔 읽어줘야 한다. 그래야 또 한 차례 정리를 하게 되니까. 마침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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