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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14. 2023

자신감을 기르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책을 읽고] 이안 로버트슨, <뉴 컨피던스>

아주 이상한 독서 경험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 느낌으로 시작한다. 행동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2*2 매트릭스를 만든다. 그중에 행동과 실현이 모두 가능한 영역이 자신감의 영역이다. 이상한 매트릭스 만들어서 뻔한 얘기 하는 것이 영 거슬린다. 그래도 일단 읽기 시작했으니 계속 본다.


자존감은 현재, 자신감은 미래에 관한 것이라며 구분한다. 앞의 2*2 매트릭스보다는 나은 이야기다. 그러나 수사학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한 이야기다. 그래, 계속 들어보자.


브렉시트를 설명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의 자신감 차이가 투표 결과를 왜곡시켰다고 말한다. 그런데 근거로 들이대는 건 중년층이 부정적인 소식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거, 덮어야 하나?


환상에 머물지 말고, 계획이 중요하고, 끈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장을 갖춰 입는 것이 자신감에 도움이 된다. 그냥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는 또 하나의 책이 될 것인가.


책을 계속 읽으려면 끈기가 필요한 시점. 바로 이때, 책의 흐름이 바뀐다. 자신감이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리스 존슨과 도널드 트럼프. 이 괴짜들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쳤는지에 대해, 책은 자신감 과잉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9장은 지나친 자신감의 모습을 말한다. 끔찍한 실수가 많다. 회사를 망하게 한다. 타인을 지배하려 한다. 허풍쟁이가 많다. 일의 심각성을 모른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구분할 진짜 필요


회삿돈을 횡령해서 가족에게 빼돌리고 부동산을 사들인 철면피 범죄자, 카를로스 곤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했다. 닛산의 CEO였던 그는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이 외국인이라서 탄압받는다는 헛소리를 했다. 전형적인 싸이코패스다. 문제는 이런 인간이 기업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할 때 심각해진다.


집단지성이 브렉시트라는 이상한 결정을 내린 것은, 2013년부터 2년간 벌어진, 보리스 존슨 내각의 사회보장 지출 대감축에서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감이 무너진 취약계층이 브렉시트 투표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건강과 행복, 자신감 심지어 기대 수명의 감소라는 미국 붕괴의 한 가지 놀라운 측면은 이를 겪는 인구 집단이 몹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학위가 없는 백인이다. (343쪽)


자신감이 생길 여지가 없는, 시쳇말로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 기대는 것이 바로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나치와 왜구들이 그랬으며,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낸 레드넥들이 그랬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무작위 집단조차 배타적인 소속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집단 내에서 내집단 선호와 외집단 차별이라는 행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그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다.


테스트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통보를 들은 사람들은 외집단에 더 많은 편견을 보였고 내집단을 더 선호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느낌은 사람들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377쪽)


자존감과 자신감의 트레이드오프는 수사학이 아니었다. 영국과 미국의 국민들은 자신감을 상실했고, 그 빈자리를 자존감으로 채우려 했다. 사람들은 자신감을 높여주는 '행동'에서 멀어지고,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존감을 세우려 집단에 대한 소속감만 강조한다.


자신감이라는 값진 자원을 상실했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국민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더 위험한 방법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단의 마음을 돌보는 위험한 약으로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392쪽)



자신감을 기르는 방법


자존감은 행동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행동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제 자기계발서식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남자보다는 여성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실천 아이템을 하나 가져가겠다면, 나는 상상력에 관한 조언을 우선으로 꼽고 싶다.


어떻게라는 질문은 더 구체적인 것으로 우리의 생각을 좁혀가는 반면, 왜라는 질문은 더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으로 우리의 생각을 넓혀간다. 왜라는 질문, 그리고 추상적인 사고는 우리를 더 강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만든다. 구체적인 사항을 넘어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432쪽)


책에 나오는 예시는 이렇다. 불법 이민자의 수를 줄이고자 하면서 어떻게를 질문하면, 트럼프처럼 만리장성을 쌓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더 다양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위의 예시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어떻게와 왜의 상반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된다. 어떻게라는 질문은 좀 더 본질적인, 왜라는 질문을 봉쇄한다. 시야가 좁아진다. 한눈을 팔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그 방향이 애초에 잘못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런 추상적 사고 습관이 자신감을 길러준다면,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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