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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12. 2023

둔필승총 230312

이안 로버트슨, <뉴 컨피던스>

아주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다. 참고 읽었다. 후반부에 들어서니 갑자기 책이 빛을 발한다. 70%까지 별로인 책이 막판 스퍼트로 5점 만점이라니, 이런 책은 처음이다. 지루한 부분을 건너뛰고 싶다면, 9장이나 10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루시 몽고메리, <에이번리의 앤>

<빨강머리 앤>의 속편. 이 정도면 아주 준수한 속편이다. 어릴 적 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데이비라는 대악당이 등장한다. 엔딩이 좀 마음에 안 든다. 전작의 감동을 무효로 하는 엔딩이라니.



강봉희,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고독사, 빈곤계층 대상으로 장례지도 봉사를 하시는 인생선배의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장례 관련 조언.


- 모시 수의는 필요없다. 고인이 가장 좋아하던 옷을 입혀드리자.

- 장례지도사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라.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 하라. 상복은 상주만 입어도 된다.



질 볼트 테일러,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뇌경색으로 좌뇌 손상을 극복한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책이라 재깍 집어들었다. 역시 인간은 에피소드 서사의 존재인가. 질 테일러의 개인사는 그녀의 존재를 너무 과장했다. 저자를 모른 채 책을 집어 메인 파트만 읽었다면, 아마 지로나 하루카가 쓴 근거없는 낭설류의 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뇌과학자가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 소설이다.

이 책은 인간의 자아, 또는 '캐릭터'를 4개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허구헌날 만나는 2*2 매트릭스다. (좌뇌, 우뇌) * (사고, 감정), 이렇게 해서 4개다. 좌뇌는 개별성, 우뇌는 비개별성, 사고는 이성, 감정은 감성을 의미한다. 예컨대 질 테일러는 뇌경색으로 좌뇌에 손상을 입었는데, 생각하는 좌뇌인 제1 캐릭터는 재활을 통해 거의 회복했지만, 감정의 좌뇌인 제2 캐릭터는 완전히 소멸했다고 한다. (저자 설명이 맞다고 가정하면, 너무 좋은 콤보인데?) 참고로, 감정의 우뇌인 제3 캐릭터, 그리고 사고의 우뇌인 제4 캐릭터가 우주와 합일을 느끼는, 즉 질 테일러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찾아왔던 바로 그 자아다. 

3/4 캐릭터를 말하는 부분부터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의아해지기 시작한다. 영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나중에는 대놓고 신을 언급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4개의 캐릭터가 서로 말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것 같다. (절대 칭찬이 아니다. 이 책은 동화책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는 <Whole Brain Living>이다. 이런 웹소설 같은 제목을 자제... 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 출판사가 아니겠지.



김동현, <플레인 센스>

비행기와 항공산업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5점 만점짜리 놀이기구다.


- 1930년대에 등장한 DC-3은 여객기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 관제어는 영어로 정해져 있으며, 지정된 관제용어를 쓴다. 따라서 <다이하드2>에서처럼 테러리스트가 관제사를 사칭해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제용어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기는 하다. 이는 <어쩌다 파일럿>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 장거리 비행 중 기장은 1.5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며, 가끔 산소마스크로 100% 산소를 흡입해 집중력을 키우기도 한다. 승객 입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다.

- 컴퓨터와 인간의 명령이 충돌할 때, 보잉은 인간, 에어버스는 컴퓨터의 결정을 우선시한다. 즉, 자동항법 상태에서 실수로 레버를 건드릴 경우, 보잉은 레버대로 작동하고, 에어버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자는 이 둘이 스타일의 차이일 뿐, 우열은 없다고 말한다. -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자율주행의 사고 확률은 인간이 통제했을 경우의 수백, 수천 분의 1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미국식 마초 스타일과 유럽식 합리주의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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