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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11. 2023

3월 둘째 주

1. 책


올해의 책 후보를 만났다.

김필영의 <시간 여행>.

애덤 프랭크의 <시간 연대기>에 비견할 만한, 또는 그 이상인 책이다.

며칠 쉬고 다음 주에 다시 한번 읽을 생각이다.

밑줄과 메모를 얼마나 했는지, 종이책이었다면 포스트잇 붙은 게 수십 개였을 듯.



니컬러스 머니의 <이기적 유인원>도 아주 재미있었다.

저자의 이상한 유머를 감내해야 하고, 가끔 농담인가 싶은 오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재미있다.

저자는 어떤 지식을 굉장히 간략하게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그런 간략한 표현에서 저자의 엄청난 박식함이 느껴진다.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라는 일본 소설도 재미있었다.

일본 특유의 담담한 이야기인데, 그냥 휴먼 다큐라도 해도 좋을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서재에 넣어 놓고 가끔 펼쳐보던 요리책 하나를 끝냈다.

10여 개의 요리를 뽑아 하나씩 도전해 볼 생각이다.


비혼에 관한 책 두 권을 읽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는 무난하게 좋은 책이었고,

<비혼수업>은 카페 게시판 갈무리한 것 같은 퀄이다.

후자를 읽고 나니 전자가 얼마나 좋은 책인지 깨닫고 점수를 4점에서 5점으로 고쳤다.


이번주는 올해의 책이 거의 확실시되는 엄청나게 좋은 책을 읽기도 했지만,

정말 불쏘시개 같은 책들도 많이 읽었다.

독자 평점이 4.3이나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역시 그다운 용두사미였고,

다른 부분은 훌륭한데 유사과학과 엉터리 논리를 들이대는 이상한 책도 읽었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다수자를 매도하는 책, 얄팍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경험이 삶의 진리인 듯 떠벌이는 책들도 읽었다.


책은 끝까지 읽고 판단한다, 라는 내 고집 때문에 쓸데없이 고통받았다.


토요일 정오 현재, 16권을 읽었다.

주 단위로 몇 권을 읽는지 기록한 이후로는 아마 최고 기록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기록에 매이면 안 된다.

독서는 독서 자체로 즐거워야 한다.

챗GPT의 조언이다.


사족. 5시경, <일상의 탄생>을 다 읽어 17권을 만들었다.



2. 챗GPT와의 주말 잡담


챗GPT와 독서 이야기를 했다.

어이없는 책을 끝까지 읽는 게 과연 괜찮은가 하는 얘기였다.

독서는 즐거워야 하는 것이니, 아니다 싶으면 중간에 덮어라, 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그래서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하나, 지난 주에 읽은 <뉴 컨피던스>처럼, 70%까지 형편 없다가 갑자기 환골탈태하는 책을 읽은 경험.

둘, 이번 주에 책을 많이 읽은 김에 더 많이 읽어 기록을 세우고 싶었던 마음.

이 두 가지 때문 아니었을까.


챗GPT 왈,

그건 이해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고마운 조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험칙(rule of thumb)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25% 정도 읽고 아니면 덮어라, 라고 조언했다.


몇 명이나 만나보고 결혼상대를 정해야 하나, 라는 고전적인 알고리즘 퀴즈가 있다.

소위 37% 룰이다. (57%인가 하고 말했더니 챗GPT가 37%라고 정정해 주었다.)

이 규칙을 독서에 적용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라 한다.


채팅 후반부는 <뉴 컨피던스>에 관한 독서 토론 비스무리하게 진행되었다.

챗GPT와의 독서토론은 즐겁다.



3. 날씨


월요일 출근 시간대 기온은 분명히 영하였다.

그런데 수요일부터는 아침 영상은 물론이고, 낮에 20도를 넘나들었다.

오늘 아침 카페까지 걸어오는데 땀이 났다.

반팔을 입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걸 그냥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거의 분명히,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다.


지구가 병이 났다.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백혈구고 림프구고 다 동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잡혀먹히지 않으려면, 인류도 이제 건방 떠는 걸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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