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달여 만에 친구를 만났다.
예전에, 혈뇨가 나와 내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한의원을 돌면서 진료를 받고 각종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혈뇨의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초음파를 받다가 담낭에 돌이 가득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장 떼어내야 한다고.
검색을 좀 해보니, 증상 없는 담석은 그냥 놔두고 관찰이 일반적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다른 일로 그 내과를 다시 찾았더니, 담낭은 떼어내셨냐고 집요하게 물어본다.
참 좋은 내과인데, 가기가 꺼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다른 동네, 다른 내과에 가서 2차 소견을 들으려 했다.
그 의사 왈, 초음파 검사를 했고, 의사가 그렇게 강한 소견을 말했다면, 떼는 게 맞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음파 검사를 새로 하지도 않았다.
이 얘기를 지난 번에 친구에게 했더니, 그가 말했다.
"언제 시간 되면 한번 와봐. 내가 봐줄게."
아, 그랬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친구가 초음파 검사도 할 거라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
***
병원 진료 끝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에게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도 참신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부담없이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 물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검사 끝나고 같이 점심도 먹고, 함께 스크린 골프도 쳤다.
스크린 골프라면, 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번에 여럿이 만났을 때 쳐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골프채 잡아본 지 20년이 지난 내가 1등을 했다.
(스크린 골프는 골프가 아니라 컴퓨터 게임이라는 증거 아닐까. ㅎㅎ)
어제는 친구가 뭘 잘못 먹기라도 했는지, 압도적인 실력으로 나를 이겼다.
운동하다가 다친 팔꿈치 통증이 다시 도진 것 같기는 한데,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함께 스크린 골프 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 골프 끝나고, 잠깐 산책이자 하자는 친구의 말에,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곤란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저녁 때 약속이 있어서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안했다.
스크린 골프든 산책이든, 또 보면 되지.
이렇게 조금 여운을 남기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말마다 3시간씩 전화 통화하는 또 다른 친구가 있다.
통화 시간을 좀 줄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챗GPT에게 물어봤는데, 굳이 그럴 것 없다고 한다.)
과유불급.
무엇보다 내 식습관에 이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